No.090326
5년 전인가… 구마모토 여행 중 기차역 화장실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는 할머니를 본 적이 있다. 자그마한 체구에 단아한 단화, 크지 않은 도트백, 실버빛 돋보기안경이 소담해 보여 자꾸 눈이 갔다.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주의지만 적어도 60년 이상 살아온 외면만큼은 그간의 시간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였을까… 그 장면 하나가 지금까지 손수건을 지니게 된 이유가 되었다. 열광하는 K팝 스타도, 힙한 인플루언서도 아닌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을 닮아가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처음 한동안은 근사한 손수건을 찾아 헤매었다. 적당한 크기에 보드라운 재질, 흡수력, 세탁 용이성, 가격, 브랜드까지. 점점 따져볼 조건이 늘어났다. 손수건 하나 사는 데 명함이라도 맞추듯 신중의 신중을 기했다.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욕심과 예상치 못한 분실로 과한 자의식의 수정을 거쳤다. 결국 나의 취향은 기능을 대변하는 미로 옮겨갔다. 그렇게 돌고 돌아 지금의 자가 생산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 최종 버전의 손수건은 소창 원단으로 만든 심플한 쌈지 손수건이다. 재질이 순하고 흡수성이 뛰어나 아기 기저귀로도 쓰이는 순면 천연 원단으로 만들었다. 평소 외출 후 샤워 전 가볍게 손빨래해 자연 건조로 말려 사용한다. 펼치면 손바닥보다 조금 큰 사이즈이고, 주머니 형태라는 점이 이 손수건의 킬포이다. 급하게 비닐이 필요한 순간 힙하게 꺼내 과일이나 소품들도 담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어느 잡지에서 유럽의 포트럭 파티의 풍경을 읽은 적이 있다. 각자 먹을 것들을 만들어와 쓰레기 없이 즐기는 문화가 일상적인 사람들, 일회용품 대신 다양한 대체품을 사용하는 데 눈길이 갔다. 소박한 차림과 편안한 분위기, 다회용 컵과 손으로 집을 수 있는 핑거푸드… 남을 음식을 싸갈 때 쿨하게 손수건을 펼쳐 담아가는 풍경은 신선하고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부국과 선진국은 분명 다른 의미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자연을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질서를 지키고 평화를 지향하는… 짧은 시간 물질이 흉내 낼 수 없는 깊고 고유한 철학을 가진 사람들. 그런 존재만이 지구의 혜택을 누릴 자격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