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70326
< 지구의 기분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2400명이 넘는 사망자, 70만 명이 넘는 피난자, 양보 없는 무차별적 공격에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도른자 옆에 더 도른자…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 아비규환 지옥이 따로 없다. 이 와중에 미국의 연합군 참여 압박은 인류의 명을 재촉하는 꼴이다. 인간이 자초한 멸종의 길에 자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의 공짜 헌혈로 연명하던 나라들은 끝내 자멸하는 중이다. 그 모습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우리에게 아무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언제나 그렇듯 신은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중이다.
< 작업일지 >
지인 중에 묘하게 귀엽고 함께 있으면 실소가 끊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아무렇지 않게 니베아 크림을 네이버 크림이라고 하고 데자뷔를 데자보로, 리필을 리플이라고 말하던 사람. 그에게 키친크로스는 당연 치킨크로스였다. 틀리면 어때,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그만이지. 그렇게 무해하게 유쾌한 사람들을 보면 세포까지 닮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 안에 숨어있는 폭력성이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건 다름을 약점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일 것이다.
뭔가 뜻이 맞지 않아 피 터지게 싸우다가도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지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진정 간절했던 마음도 누군가를 파괴하는 쪽으로 변질되면 결국 스스로를 망가뜨리게 된다. 폭력을 위한 폭력, 전쟁을 위한 전쟁이 되고 만다. 그들이 망각한 명분은 잊힐 만큼 가벼운 것이었고, 그 누구의 생명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어지러운 마음에 재봉틀 앞에 앉았다. 닭을 놓친 고양이에게 치킨 크로스를 건네는 상상을 한다. 지금은 먼저 백기를 흔들고 반성하고 사과하는 쪽이 영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