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쿄언니 Sep 26. 2022

몇 년 전 '헬조선 탈출'을 외치던 지인들 근황

그들은 정말 '탈조선'에 성공하였을까?

몇 년 전 대한민국을 강타한 '헬조선'이라는 단어 다들 기억하실 거다. 헬조선이라고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헬과 조선의 합성어로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이다. 또한 '한국이 지옥과 비견될 정도로 살기 나쁜 나라'라는 의미


한창 대한민국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온라인에서 시작하여 실제 친구들을 만나도 쉽게 들을 만큼 대중화되었을 때 당시 나는 일본에서 유학 중이었다. 나는 '일본 전문가가 되고 싶어!'라는 막연한 비전을 가지고 막무가내로 일본에 간 (부모님이나 어른들 입장에서는) 철딱서니 없는 아이였는데, 또래의 지인들 사이에서는 '탈조선 성공자', '헬조선 탈출 성공자'였다.


친구들과 sns로 연락하거나 잠깐 한국에 들어왔을 때 친구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너는 한국 잘 탈출했다. 계속 일본에서 살아라.' '여기(한국)는 답이 없어. 해외로 떠야 해.' '일본은 취업 쉽다며? 여기는 취업도 헬이야. 다 헬이야, 헬조선.'라는 해외를 찬양하고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매우 불편했다. 왜냐? 나는 한국이 싫어서 일본에 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의 제품(물건이든 연예인이든 한국의 IP)을 일본에 팔고 싶어서'라는 목적으로 가지고 일본 유학을 떠난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나는 일본에서 경험과 일본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한국에 정착할 예정이었다.


친구들의 헬조선 발언과 해외에 계속 살라는 조언 아닌 조언에 "나는 한국 돌아오고 싶은데"라고 이야기하면 무슨 큰일 날 소리를 하냐며 한국은 헬이니까 취업이 쉬운 일본에서 취업하고 들어오지 말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대한민국 국적인 내가 한국에서 살겠다는데 본인들이 왜 막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헬조선 헬조선이라고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에게 의문이 생겨서 물어보았다.


근데 헬조선이라면서 왜 안 떠나?
그렇게 싫으면 탈출해.
나는 한국 좋으니까 한국으로 돌아올 거야.


그랬더니 기세 등등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나는 외국어를 못해." "가고는 싶은데.." 라며 갑자기 소극적인 태도로 자신이 못 떠나는 가지각색의 이유를 대다가 "외국은 아무나 사니? 그랬으면 벌써 나도 살았지."라고 갑자기 짜증을 내며 버럭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친구들의 '헬조선을 못 떠나는 이유'는 나에게는 변명으로 들렸다. 왜냐면 내가 그 '아무'였기 때문이었다. 본인도 아주 예전에는 해외 사는 건 부모님이 경제적인 능력이 있거나, 아니면 내가 엄청 똑똑하거나 그래야 지만 해외에서 거주할 수 있는지 알았다.


그래서 외국 생활은 나 같은 일반인은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를 만나고 그곳을 내 앞으로의 비즈니스 국가로 정한 그 이후부터 내게는 용기가 생겼고, 그 용기로 돈도 없고 일본어도 하나도 못했던 내가 일본 유학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본 취업 잘 되잖아. 한국은 취업 안돼."라고 이야기를 하며 은근슬쩍 '한국에서 취업 준비하는 나 = 더 대단함'이라는 어필을 하며 일본에서의 취업을 쉽게 보는 듯한 태도에 "그렇게 일본 취업 쉬우면 너도 준비해. 쉽다며 그럼 왜 한국에서 고생해, 일본 가야지."라고 대답하자 제대로 된 반론도 못하고 얼버무리며 다른 주제로 돌리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그 친구들은 요즘 뭐하고 지내냐고? 그렇게 욕하던 헬조선 탈출 성공했냐고?


전혀 아니다. 다들 결국 본인들이 욕하던 헬조선, 한국에서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렇게 헬조선 탈출 시급하다 헬조선이라고 욕하더니 결국 그 헬조선에서 살고 있다. 결혼도 하나둘씩 하고 있다. 헬조선이라면서 본인들의 국가를 지옥에 빗대던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까지 낳으려고 한다. 왜? 그렇게 지옥이라면서 왜 애기한테까지 그 지옥을 맛보게 하려는 거지?


제발 본인들이 살고 있는 그 나라를 욕하지 말자. 본인 얼굴에 침 뱉는 행위다. (연령대 높은 분들를 제외하고) 2030대는 본인이 해외 가서 살려고 하면 충분히 살 수 있고, 살 수 있었다. 결국 본인이 어떤 이유가 되었든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든 못했든, 결국 모종의 이유로 한국 살이를 선택한 거다. 그렇다면 내가 선택한 이 나라를 사랑하고 최소한 욕하지는 말자. 


대한민국은 충분히 자랑스러운 나라이다. 물적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인적자원으로 한국 전쟁 이후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나라의 국민이다. 일본 대학교에서 경제 수업 시간에 일본인 교수가 한국은 다른 경제국가들과 다르게 어떠한 물적 자원 없이 인적자원으로 성공한 나라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혼자 얼마나 울컥하던지.


그렇다고 무작정 우리나라 사랑해야 한다!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건전한 비판은 나라를 발전시키고 개선시키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본인의 국가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최소한 '지옥'이라는 단어까지는 쓰지 말고 그 단어는 아껴두자. 말이 씨가 된다고 진짜 '지옥' '지옥' 하다가 진짜 말 그대로 '지옥' 될까 봐 무서우니, 진심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일부러라도 좋은 단어로 포장해보자.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며, "행한 민국"(행복한 대한민국)이라고 말이 씨가 될 수 있도록 나부터 시작해보려고 노력해봐야겠다. 근데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그냥 어차피 살아야 할 거 그냥 내 나라 좋다! 자부심 갖고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라고 오늘도 혼자 소심한 주장을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명절 결혼 잔소리 저도 들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