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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언니 Sep 16. 2022

명절 결혼 잔소리 저도 들었습니다.

얼마 지원해 주시려고 결혼 잔소리하세요?

어릴 때는 매우 어른처럼 느껴지던 나이, 서른. 일본에 있다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일본에서 추석 명절 쇠러 한국에 방문했다가 봉변 당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 집안에서는 평생 들을 일 없다고 생각했던 추석 결혼 잔소리를 처음으로 들었다.


누구한테 잔소리 들었을까?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이모? 숙모?


아니다. 매우 뜬금없지만 할머니 댁에 자주 머물렀던 어린 시절 꽤나 친했던 동네 할아버지한테서 추석 결혼 잔소리를 들었다. 몇 달 전 할머니 댁 방문했을 때 15년? 16년? 하여튼 오랜만에 만나서 기뻐서 인사하러 간 나에게


00 이가 올해 몇 살이지?


라는 멘트를 시작으로 "여자 서른이면 이미 늦었다."라는 정말 방송이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정말 시대착오적인 이야기 "여자들은 그냥 국민학교만 졸업시키고 아무것도 모를 때 결혼시켜서 애나 낳게 해야 한다."라는 모멸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 하던 그런 동네 할아버지로 늙어버린 아주 먼 사이의 사람. 


이번 추석에 설마 만날까 했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마주치게 되었고 역시나 내 얼굴을 보자마자 "반갑다." "잘 지냈냐." "오랜만이다."라는 기본적인 인사가 아닌 "결혼 언제 해?"라는 추석 결혼 잔소리를 시작하였다.


내 가족도 아닌 남한테 추석 결혼 잔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언짢다는 표현은 약하다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더러웠다.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 등 나의 가족들은 내가 여태껏 보여줬던 성과 등을 보며 나의 일본 이직과 해외 살이를 응원해주며, 내가 현재는 커리어에 집중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일절 '결혼 언제 하냐'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데, 생판 남에게 "어차피 결혼하면 일 그만둘 건데 뭘 그렇게 아등바등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결혼 언제 해"라는 잔소리를 들으니 속에서 열이 나는 것과 동시에 크게 소리치고 싶었다.


네가 내 부모냐?????


작은 시골 마을이다 보니 내 마음대로 했을 경우 할머니의 동네에서의 체면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들부들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찌어찌 참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화가 나는 상황이었다.


내 가까운 친척이면 나한테 축의금이라도 많이 주고 싶어서 결혼 잔소리 하나?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내 결혼식에 부를 생각도 없고 오지도 않을 사람이 결혼 타령하는 걸 보면서 나이 들고 할 게 없으면 저렇게 남한테 관심만 많아지는구나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결혼, 저도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결혼하라고 잔소리하면서 결혼 부추길 때는 최소한 전세금 정도는 내 줄 생각으로 결혼 언제 하냐고 독촉해주세요. 여자는 몸만 가도 된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고 결혼 잔소리하실 거면 최소한 냉장고 정도의 가전제품은 사주시겠다고 얘기하면서 결혼 잔소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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