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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언니 Sep 04. 2022

신천지 포교 수법이 나에게 통하지 않았던 이유는?

전 인생이 나름 만족스러운데요?

2020년 초반 코로나 덕분에(?) 신천지 포교 수법이 전국에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도 신천지 포교를 당한 적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건대에서 한 번, 신촌에서 한 번 당했었던 것 같다.


건대입구역 근처에서는 본인들이 건대 학생인데 학교 과제 때문에 몇 개 여쭤볼 게 있다는 접근이었고, 신촌에서는 본인들은 프로를 목표로 하는 연기 동아리에서 작가를 하는 사람인데, 시나리오를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가능하냐는 접근이었다.


당시에 나는 일본 유학과 미국 교환학생을 통해서 매우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던 시점이었고, 또한 한국의 대학생활, 그들이 어떻게 과제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같은 대학생 신분으로써 그들의 요청을 들으며 안쓰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국 교수님들도 진짜 별 걸 다 시키네.' 싶었다. )


또한 그들이 물어보는 주제가 인생에 대한 질문이었기 때문에 심오한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대화 주제였다.


그런데 그렇게 지나가던 나를 붙잡으면서까지 이야기하던 그들이 나중에는 나와 빨리 멀어지고 싶은지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자리를 떴는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절대 안 넘어갈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리고 자리를 떴던 것 같다.


나중에 연락 주겠다고 연락처까지 가져가 놓고서는 한 번도 연락을 주지 않아서 오히려 이쪽이 섭섭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모든 게 신천지 포교의 전형적인 수법이었다니.. 그런데 나에게는 왜 전문적인 그들의 포교 수법이 통하지 않았을까?


(건대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하려고 한다.)



첫 번째, 나는 내 미래가 불안하지 않았다.



신천지들이 2030대를 타깃으로 포교 활동을 할 때는 '2030대들의 내면의 불안감'을 유도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공감해주며 위로하는 것을 주로 행한다고 한다.


정말 비겁한 방법이다. 인터뷰라는 것을 가장하여 개인의 불안한 곳에 대해 묻고, 그것을 약점 잡아 공감해주는 척하면서 상대방이 본인한테 마음을 여는 것 같으면 한번 우리 모임 와보라고 유도하는 것이 정말 비겁하다는 말이 아니면 어떤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까.


그녀는 나한테도 물어봤다.
"대학생이세요? 취업 걱정 많으시죠?"
그래서 대답했다.
"아니요?"


그녀가 예상했던 답변은 "그렇죠.. 취업.. 하.. 걱정 많죠."이었겠지만, 나의 퉁명스러운 "아니요."라는 대답에 그녀는 적지 않은 당황을 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 오.. 자.. 자신감 있으신가 봐요?"
"아니 뭐.. 제가 문과 선택했을 때부터 취업 어렵다는 건 이미 알고 문과 선택한 건데, 누굴 탓하겠어요? 회사 많은데 그중에 저랑 맞는 회사 하나쯤은 있겠죠. 다들 처음부터 대기업만 들어가려고 해서 취업이 어려운 거지.. 뭐 취업하려고 하면 어디든 가겠죠?"


이제 취업에 대한 질문은 얘한테 안 통하겠다고 판단을 내렸는지. 신천지로 추정되는 그녀는 갑자기 버킷리스트에 대해서 알고 있냐며, 혹시 버킷리스트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여기서 내가 신천지 수법에 통하지 않은 두 번째 이유가 나오는데, 나는 버킷리스트가 딱히 없었다.


왜냐고?

나는 20대 때 내가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대부분 이뤘기 때문이다.



페루 마추픽추에서



스무 살 초반에 한창 꿈을 적는 게 유행하던 시절, 그때 적어놓았던 게 '해외여행 가기' '일본으로 교환학생 가기' '해외에서 살아보기' '외국어 하나라도 능통하게 하기' '영어 잘하기'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지기' 등 스무 살 당시에는 절대 이룰 수 없이 보이던 것들을 버킷리스트로 작성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8년 후, 나의 버킷리스트였던 해외여행은 남들도 자주 가는 동남아, 미국 등을 넘어 흔치 않은 해외여행지인 남미까지 갔다 올 수 있었고, 일본으로 교환학생이 아닌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으며, 일본에 있는 대학에서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유니크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또한, 일본과 미국에서 공부하며 일본어는 물론 영어까지 능통해질 수 있었다.



미국 교환학생 시절
남미 여행 중 아르헨티나에서 빙하 트래킹



이렇게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내 노력으로 버킷리스트를 이뤘기 때문에, 그녀가 "하고 싶은 게 많아도 할 수 없는 20대들인데 앞으로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나는 "말씀하신 대로 그런 20대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는 대부분 이뤄서 지금 당장은 '차은우 만나기?' 이 정도밖에 없네요."라고 대답했다.






일단 "하고 싶은 게 많아도 할 수 없다는 20대"라고 20대를 약하게 단정 짓는 그 말부터 일단 기분이 나빴다. 당연히 나처럼 스스로 고생하면서 진취적인 사람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목표를 위해 아등바등 열심히 살고 있을 20대들을 "하고 싶은 게 많아도 할 수 없다"면서 아까 전부터 은근히 네거티브한 표현만 사용하는 그녀한테 적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도 이제 토론 시작이다! 하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왜 본인이 20대면서 20대가 하고 싶은 게 많아도 할 수 없다고 단정 지으시는 거죠? 본인이 그렇게 살아와서 남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또 저는 그쪽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지만, 저는 딱히 그렇게 원대한 꿈을 꾸는 사람이 아니라서 저 나름대로는 하고 싶은 거 여태까지 다 하고 살아왔고 제 인생에 대해서 후회도 없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소소하지만 제 힘으로 열심히 헤쳐내면서 살아왔는데, 왜 처음 본 사람한테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단정 지으세요?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남들이 봤을 땐 '그거 가지고 만족해?'라고 생각해도 내가 생각했을 때 만족스러우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 이야기를 웃으면서 그녀에게 쏘아붙이니, "행.. 행복하신가 보네요. 하하. 지금처럼 멋있게 사십시오." 하면서 급하게 인터뷰를 끝내고 자리를 뜨던 그녀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분명히 조금 있다가 자기 동기도 오니까 동기랑 같이 카페 가자고 했던 것 같은데, 왜 황급히 떠났는지에 대해서 당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신천지 포교 수법>을 보자 왜 그녀가 도망갔는지 이해가 됐다.


겉으로 봤을 때 허허하면서 웃고 있는 내 모습에 살짝만 건드려도 넘어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정말 사람 잘못 봤다.


일본 가려고 하루에 15-16시간 아르바이트해서 부모님 도움 없이 유학 떠나고 일본에서도 유학 비용 벌기 위해서 학교 가는 시간 빼고는 아르바이트하면서 틈틈이 공부했던, 겉으로는 순둥 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단단한 나를 알량한 심리 전술로 신천지 포교를 하려고 했다니...



그리운 미국 교환학생



앞으로도 더 교묘해질 신천지 등 포교 수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가 내 자신을 더 사랑하고, 내 삶에 만족하면서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다는 마인드 컨트롤이 관건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모두 우리 삶을 더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그들에게 빈틈을 보여주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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