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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언니 Apr 22. 2022

세상에 믿어야 할 건 나 자신 뿐이다.

세상이 내 편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part.3

자세한 업무 내용은 인사팀에서
별도의 메일 보내드릴 거예요.
업무용 노트북은 한국으로 보내야 하나..?
그건 인사팀이랑 이야기하고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업무 하시다가 모르시는 부분 생기시면
언제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이런 말을 듣는다면 그 누구라도 당연히 한국에서 재택근무 가능하다고 회사가 허락해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한국에서의 재택근무 가능하냐는 나의 제안에 회사는 1시간가량의 면담 끝에 이런 말을 남겼다.


그래서 당연히 믿었다. 내부에서 한국에서 재택근무하고 싶다는 나의 제안을 받아줬다고 당연히 믿었고, 12월 말에 다시 정리해서 메일을 준다고 했기에, 그 메일만 기다렸다.


그리고 메일이 왔다.

메일을 읽고 또다시 읽었다.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검토 결과, 고객 정보이기 때문에
시큐리티의 문제로 한국에서의 재택근무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입사는 일본 입국할 때까지 기다려주십시오.



 아니.. 내가 온라인으로 면담했던 인사팀과 이 메일을 보낸 인사팀은 다른 팀인가? 지금 장난하는 거지? 그리고 연말연시 연휴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무책임한 메일을 보내고 본인들은 장기 연휴 들어간다고?


믿었던 회사에게서 기만당했다는 배신감에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런 게 두통이라는 건지, 머리도 어지러웠다.


현지에서 일본 시장을 경험하고 커리어 쌓고 싶다는 생각에 일본으로의 취업을 결정한 꿈 많은 28살의 나도, 그리고 일본 입국 금지로 커리어가 1년간 미뤄진 29살의 나까지도 어떻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이 불확실성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2022년 서른 살의 나는 좀 더 확실해지고 싶었다.


사회에서 확실한 나의 포지션을 잡고 싶었는데, 답답한 일본이 또 언제 이 규제를 풀 줄 알고 그걸 믿고 기다리지? 나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이게 맞는 걸까?



스스로 한번 선택한 것에 대해 일단 뒤돌아보지 말자!라는 신념을 갖고 살아온 지 9년.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이 때는 이걸 선택할 걸,,' 하고 후회하려고 하는 순간에도 스스로를 통제하며, 이미 선택했고 지나간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 말자. 그 대신 앞으로 할 선택을 잘하자.라고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또 한 번의 뒤통수, 믿었던 일본 회사에서도 뒤통수를 당하니 긍정 대천사인 나도 쉽사리 이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른 애들은 이런 우여곡절 없이
잘만 사는 거 같던데.
왜 나는 항상 이렇게 한번 꼭 고꾸라질까?
그냥 한 번이라도 평탄하게 흘러갈 수는 없을까?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할 것(첫 번째, 남과의 비교. 두 번째, 자기 연민)을 자연스럽게 하기 시작하자, 급격하게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누구와도 만나기 싫어져서 약속도 어설픈 핑계를 대고 취소했다. 한번 무거운 우울함이 찾아오자 나는 이 때다 싶어 더 우울함에 빠졌던 것 같다.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똑똑해졌는데 집값은 올라가고 다들 부자인 거 같고, 나는 지금 일해서 언제 집 사지? 나는 이렇게 평생 일만 하는 노예로 살아야 하나?



나 정말 불쌍한 거 같아. 불쌍해. 응, 불쌍해.



세상을 가해자로 만들고 나를 피해자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하지만 한 없이 달콤한 자기 연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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