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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언니 Apr 06. 2022

코로나로 입사가 불투명하지만 긍정적인 생각하기

세상이 내 편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part.2

입사 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탈리아 여행까지 다녀왔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에 도착하는 날, 그날 일본의 입국 금지가 풀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나의 선견지명! 난 역시 흐름을 잘 본다니까~ 라며 스스로의 미래를 내다보는 눈에 감탄하며 회사에 입국 금지가 풀렸으니 너네가 빨리 서류 준비만 해준다면 들어갈 수 있다고 정중한 듯한 독촉 메일을 보냈다. 회사에서도 상황 파악했다며, 알겠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이 쪽에서도 변경된 정부 지침을 파악해야 하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검토하겠습니다.라는 마지막 말로 메일은 끝이 났다.



그리고 1주일이 흘렀다. 사실 이때부터 뭔가 나의 동물적 감각이 깨어나, 본능적으로 싸함이 느꼈다. 일본 정부에서 신규 입국자에게 새로운 서류를 요구하였으나 그렇게까지 시간이 걸릴 일인가? 일본 회사에서 싫어할 행위라는 건 뻔히 알았지만, 난 기다릴 수 없었기에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답을 받았다.



검토 중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그렇게 또 1주가 지났다. 벌써 입국이 풀리고도 2주가 지났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마음에 살짝 강한 말투로 독촉 메일을 했다. 그리고 답장이 왔다. 우리 회사, 답장 하나는 빠르다.



현재 상황 파악을 위해 담당자와 면담이 필요합니다. 면담 가능한 날짜를 알려주세요.



검토 중이라면서 또 무슨 현재 상황을 파악한다는 다시 2주 전과 똑같은 내용의 메일을 받은 나는 거의 뒷골 잡고 쓰러졌지만, '그래, 쟤네도 갑자기 정부가 새로운 서류를 요구해서 당황스러울 거야. 암 그럴 거야.'라고 잃어가는 긍정마인드를 가까스로 붙잡고 면담 가능한 일정을 보냈다.


1주일 후 팀 대표와 면담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도 대표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 여태까지 왜 이 간단한 게 진행되지 않았냐며 나의 답답함을 이해해주었고 심사필증(일본 입국 시 새롭게 필요한 서류)을 바로 신청해주겠다고 말해주었다.


사실 대표의 긍정적인 반응에 기뻐해야 했는데, 실제로 나는 기뻐할 수 없었다. 왜냐 국내 언론 및 해외 언론에서 오미크론의 확산 속도 등 오미크론의 위험성에 대한 뉴스가 그 주, 특히 주말 내내 미친 듯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정말 그 주말을 잊을 수 없다. 계속 기도했다.


일본이 입국 금지라는 또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시행하지 말아 달라고...






슬픈 예감은 왜 빗나가지를 않을까. 아시는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일본 입국 금지는 다시 시작되었다. 회사는 본인들의 늦은 대응이 미안했는지, 다음에는 빠르게 움직이겠다는 이제 와서 어디 쓸데도 없는 다짐의 메일을 보냈다. 진짜 그 메일을 봤을 때, 얼마나 분노했는지 모르겠다. 2021년 덕분에 여유롭게 쉴 수 있었지만, 그래도 올해 안에는 일 시작하는 게 나의 인생 플랜이었는데!! 또 언제 풀릴지 모를 일본의 입국 금지를 기다리자니 정말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해졌다.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바라보는데 도가 튼 나도 오미크론발 일본 입국 금지에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어어.. 내년까지 입국이 밀리는 건 내 계획에는 없었는데. 음, 어떡하지?라고 고민을 하다가, 기가 막힌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어차피 회사 대응이 느려서 일본에 못 간 거니, 재택근무 시켜달라고 하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몇몇 분은 이미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계셨다. 그리고 듣기로는 회사 사람들 다들 재택근무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왜 못해.라는 생각이 지배했다. 또 2달 전에 인사팀이랑 면담했을 때, 한국에서 재택근무 어떠냐고 먼저 물어봤으니 가능하다는 거 아니겠어? 될 거야. 응 됨.이라고 이미 혼자 한국에서 재택근무 가능하다 라는 결론을 낸 상태로 재택근무 제안 메일을 보냈다.


당연히 회사는 이젠 당연한 답변인 검토 하겠다.라고 보내왔고 나는 그들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솔직히 한국에서 재택근무 가능하면 완전 럭키한거고, 아니면 한국에서 더 쉬지 뭐. 회사 안 다녀도 할 게 얼마나 많고 바쁜데!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초반에는 입국 금지 때문에 화났지만, 막상 메일을 보내고 난 뒤에는 될 대로 돼라~라는 등 정말 아무 생각 없었다.


내 짧은 인생 30년 중 최악의 뒤통수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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