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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Jan 24. 2023

오줌을 지렸다

마음을 준비를 매일 한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 집에 있었다.

저녁에 생선이나 구워 주어야겠다고

이것저것 꺼내는데 갑자기 내 뒤에서 우당탕 소리가 났다.

노견이 네다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굳어서 넘어지더니 오줌을 줄줄 쌌다.


얼른 일으켜서 다리를 주물러주고 경련을 풀어주고

아이가 진정 될 때까지 계속 다리를 주물러 줬다.

뻣뻣한 것이 조금 나아지고 나서 얼른 수건으로 다리에 묻은 오줌을 닦아주고

바닥의 오줌도 치웠다.

노견 스스로도 자기가 그런 것에 놀란 눈치다.

서지도 못하고 안지도 못하고 멍하니 어정쩡하게 냉장고에 기대어 서있었다.

정신은 있는 것 같은데 가만서 서 있기만 하더니 엉덩이를 땅에 대고  앉았다.

다리에 힘이 없었나보다.

내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나 없이 혼자 이런 일을 겼었다면 더 무서웠겠다.

가슴이 뭉클했다.


오줌이 또 나왔다.


힘이 없어지나 보다.

오늘은 그냥 오줌을 지린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마음이 덜컥했다


올 것이 오나 보다.


저녁부터 숨을 가쁘게 쉬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병원은 문을 닫았다.


좀 지켜보기로 했다.

쿠싱증후군을 진단받고 부신피질조절 약을 먹고 있는지 6개월이 지났는데 아침에 한 번으로는 안 들어서 의사와 몇 번을 상의를 하고

용량을 늘렸다.


아침에 베토릴 10mg

저녁에도 베토릴 10mg


차도가 좀 보이는 듯하더니

요즘엔 약을 먹어도 조금씩 심해지고 있는 듯하다.

고장 난 수도처럼 호르몬이 과다 분비가 되어

소량의 약으로는 조절이 안 되는 느낌이다.


과호흡을 하고 있다.

일산화탄소가 너무 많이 몸에 쌓이면 안 될 텐데

그래서 경련을 한 걸까…

8시부터 상태가 안 좋다.

과호흡으로 인해 몸속에 전해질 발란스가 깨져가고 있다.

내 방에는 안 들어오는데 억지로 데리고 와서

배도 쓰다듬어주고 등도 쓰다듬어주면서 상태를 지켜봤다.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진통제도 주고

상태를 지켜보면서 응급실을 데리고 가야 하나

혹시 이대로 오늘밤은 넘길 수 있을까 수많은 생각과 결정을  시시각각 내리면서 밤 1시까지 보냈다.


노견이 자기가 눕고 싶은 곳으로 갔다

거실 화장실 앞


거기에서 아이와 같이 잠을 들 순 없다.

밤에 사람들이 회장실들 다닐 텐데 나까지 거기 앴으면 방해가 될테니.


내방과 가까워서

방문을 그냥 다 열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아이 숨소리를 듣고 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병원에 데려가봐야겠다.


상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너무 힘들어하면 보내줘야 할까…


편안하게 덜 고생하면서 자다가 갔으면 좋겠는데…

내손으로 아이를 데려가 보내주고 싶지는 않다.


화장실 앞에서 자는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선잠을 잘듯하다.


마음먹고 또 마음을 먹어도

마음이 안 잡힌다.

조용히 숨소리에 집중하면서 눈을 감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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