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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Jan 28. 2023

9년 함께 산 언니를 생각하는 마음

미안해 막내아가야…

막내 아이는 셋째다.

중간에 노견의 동생이 하늘나라로 먼저 가고 우울증이 심했을 때 응원군으로 동생이 돼준 아이다.


한 달이 지나자 노견의 우울증은 동생이 생김으로

자연 치유가 됐다.


셋째는 유난히 질투가 많다.

나이가 들면서 더하다.


노견을 마사지해주고 있으면  와서 자기도 해달라고 자주 들이대곤 했다.

철없다 생각했는데 이번에 며칠 둘을 밤새가며 내내 관찰할 기회가 생겼는데 (수건을 베고 있는 동생)

의외의 배려를 보게 되었다.

밤에 근처에서 잠이 들고, 아픈 언니 주위를 맴돌고 같이 잠이 들고 있는 동생을 발견했다.

노견이 힘들어하면 조용히 와서 살을 붙이고 함께 있어주는 따스한 광경을 보게 됐다.

고통을 혼자 느끼게 하지 않도록… 함께 해주고 있는 모습…


노견은 바깥공기를 들이마시며 숨을 쉬려고 노력하면서, 노견이 아픈 소리를 내면 슬그머니 다가와 자기 살을 붙여준다.

왼쪽이 노견인데 엉덩이를 붙인 사진을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었는데 동시에 나를 쳐다보니 신기했다.

아프지 않아 보인다. (사실은 근육이 자꾸 경직이 되어 고통스러울 것이다)

사진으로 보기에도 눈이 아직도 맑다.

눈이 아직도 반짝인다.

유난히 눈이 이쁜 아이였다. 노견이 됐어도 여전히 그 아름다운 눈을 지니고 있고 흐려지지 않고 있다.

내가 머뭇거리는 이유이다.


막내 아이가 노견옆을 맴돈 지 며칠 째다.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본능으로 알고 있나 보다.

어쩌면 나보다도 더 먼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막내 아이가 저러고 다니면서

나를 쳐다보면

내결정을 들켜버린 것처럼 가슴이 먹먹했다.

고맙고 감동받고 따스하면서도

내가 내린 결정에 가슴이 슬픔을 티 내지 않으려고 꾹꾹 삼켰다.

이들 앞에서 가만히 숨죽이고 앉아 지켜보면서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노견의 증상이 어떨까를 생각하면서 증상을 자세히 관찰을 했다.


문 앞을 한 시간이 넘도록 철망사이로 자연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는 노견을 보고 있는데

숨쉬기는 여전히 힘들고 가슴 근육이 지쳐 갈수록

다리근육과 목 근처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고개를 조금 뒤틀거리는 신호가 오면

신음 소리를 낸다.

이러다 시간이 지나면 고개가 틀어지면서 비명을 지르고 갑자기 뒹구는구나를 알았다.

두세 시간 혼자 놔두면 이런 일이 벌어지겠다 싶었다.


산소통을 사다가 코 근처에 대주고 있지만

아무도 없으면 혀가 하얘지고, 잇몸 주위가 하얗게 되어도  아무도 산소를 줄수도 경련을 막을 수도 없다.

그게 내가 가지는 가장 커다란 불안이다.


동물 병원에 입원을 시켜도 계속 주시하지 않으면 노견이 경련을 하면서 소리를 지를 때까지  아마 모를 거라 생각한다. 이번에 입원했을 때도 데리러 갔을 때 필요하다는 검사를 죄다 했지만 잇몸이 하얗고 혀가 창백했어도 의사는 그것을 살펴보았을까 생각이 들게 했다. 어쩌면 노견은 병원에선 극도로 긴장을 했는지도 모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가 목을 재끼며 쿵하고 넘어가면서 비명을 질렀고 혀도 잇몸도 허옇게 더 변해서 숨이 넘어간 줄 알았다.

난 그 아이를 데리고 다시 동물 병원으로 갔지만 주사 한 대 놓아주면서 노견이니 어쩔 수 없다고 퇴원시켰다.


출근할 때마다 봐줄 사람이 없어 병원에 입원시켰는데 아이가 위태롭다고 전화 오면 정신을 차리고 운전을 하고 병원까지 잘 올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경련을 할 때마다 진정제를 주면서 심장이 멎을 때까지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고통을 진정제를 놔주면서 연장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선한 하우스메이트도, 내겐 냉담하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아플 조카에게도 노견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간호를 해주는 매일이 마음이 아플 일이다.

모두에게 아프다.

남아 있을 우리 막내 강아지에게도 말이다.

살며시라도 터치를 하고 있는 막내아이가 고맙고 이 모습이 나를 가슴 아프게 했다.



미안해 막내야

언니는 조만간 하늘나라로 보내 주어야 할 거 같아.

아주 조만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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