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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Jan 30. 2023

그새벽이 왔다

살포시 털을 문질러주고

힘 빠진 다리 하나하나를 만져주고

배도 문질러 주고

손이,

마음이

기억하도록

밤이 새도록 보듬어주고 만져준다

한 달에 한 번씩 목욕하면서 구석구석 닦아주던 발가락과 발바닥, 거기서 나는 곰곰한 냄새

섞은 이를 다 발치해서 냄새가 나지 않는 입

잇몸에 구멍이 생겨 왼쪽 콧구멍엔

항상 코딱지가 앉아 있고

작게나마 눈곱이 말라서 안 떨어지고

나이들은 똥꼬

늙어서 거무두툼하게 변한 꼬리


그래도 눈은 아주 맑다

15살치곤 백내장도 많이 없고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고대로 맑게 다 보여주는

아름답고 빛나는 눈

오늘이 지나가면 그 눈을 볼 수가 없어 막막하구나.

무수히 사진이 많아도 그 눈을 간직할 수 없다.


유난히 고집도 세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던 너

마지막 가는 날까지 거실에서 옮겨 다니면서 누워 자는 널 위해 몇 번을 산소통을 들고 이불을 옮겨가며

관절이 아프도록 앉아 있게 만든 너


새벽에 결국은 경련 때문에 진통제를 놔주고 나서야

아이차럼 숨 죽이고 자는 너


너랑 일주일간 24시간 짝 붙어서

내가 진이 쭈욱 빠져

나도 나처럼 제대로 걸을 힘이 없어졌어.

너를 처음 데려온 날부터

6개월 때 데려온 동생이 자기 자식인 줄 알고  품어준 너의 사랑과 너의 배려심.

난 정말 행복했단다.

나오지도 않는 젖을 물려주던 6개월의 너

그런 동생이 먼저 가서 너무 힘들었는데



말썽꾸러기 새로운 동생 소리가 왔지?

두 번째 동생과도 9년을 함께 하고

행복하게 살다 가는구나


사실 엄마는

정말 아무 준비도 안 됐는데

널 보내기로 했단다.

굳이 고통을 감내하면서 엄마를 기다리고

숨차하면서 버티지 말자…

15년을 함께 했어도

함께 지낸 일주일이 찐했다

24/7을 함께 했으니까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봐

널 보내주기로 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

남은 것은 내 몫이니까.


이제 6시간이 남았구나.

일어나서 산소 호흡기를 떼고

자연공기를 맞는구나.

충분히 시간을 가지렴.


엄마는 한두 시간 좀 더 자야겠다.

그래야 정신을 차리고 널 보낼 수 있을 테니…

가면 먼저 간 동생 두리에게 꼭 안부전해주렴

엄마가 잊지 않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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