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바람과 같아서
너를 떠나보낸 지 일주일이 됐구나
엄마는 주말에 일을 했어.
엄마가 일하는 응급실은 미친 듯이 바빴는데
의사와 간호사는 부족했고 환자는 밀려오고…
슬플 시간이 없었지
그리고 집에 놔두고 온 막내가 걱정이 되어
캠을 켰는데 막내는 걱정한 대로 하울링을 해가면서 짖고 울고 몇 시간을 그렇게 해서 엄마는
가슴이 아팠다.
울다가 떠난 네가 앉아 있던 자리에 누워 기대 있는 게 왜 그렇게 짠하던지…
그자리에 너의 냄새가 베어 있었을까?
너 아니?
동생이 널 많이 사랑하고 너 아픈 동안 너의 곁을 맴돌면서 지켰던 걸?
너 자는 곳을 따라다니면서 너의 옆에서 자려고 노력하고
너 잠들었을 때나 깨어 있을 때도 조용히 옆에 있고
네 옆에서 잠들려고 밤이고 낮이고 근처에 머물렀단다.
유난히 거실애서 지내려고 하던 너를 위해서 동생이 너랑 같이 잤단다. 엄마도 그랬지만
막내동생도 알았던 거 같아.
네가 많이 아픈 걸…
너 안고 있으면 자기도 안아달라고 조르고, 자기도 만져달라고 와서 손으로 엄마를 긁기도 했지만,
너 잠들면 가만히 네 곁에 가서 엉덩이 붙이고 자는 걸 보면 너와 함께 하고 싶었던 거야.
이런 모습을 보여 줄 때마다 엄마는 감동하고
9년이니 함께 살아온 너희들의 사랑과 서로 의지했던 것을 잘 알아서 더 슬펐단다.
귀염둥이 막내,
네가 먼저 떠나간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어.
사랑스러운 막내와 엄마를 놔두고 네가 떠난 지가 일주일이나 됐구나.
너무 시간이 빠르다.
널 잊을까 봐
걱정된다.
너와 15년인데…
엄마는 아침에 깨어나자마자
왼쪽 어깨에 오십견이 왔고 왼쪽 목도 아팠다
네가 경험한 통증을 오늘 엄마도 겪었단다.
진통제를 먹고, 뜨거운 핫팩을 하고
그렇게 오전을 버텼어.
예전에 몇 달을 아파서 쉰 적이 있잖니
또 그런 일이 벌어질까 절컥 겁이 났었어.
너를 떠나보낸 슬픔이 가시기 전에 내가 아파버리면 안 되는데 말이야.
네가 담긴 항아리가 있는 저 하얀 박스를 봐도 슬프다.
저속에 너의 재가 있지만 너는 없으니까…
너인데 네가 아니니까…
박스 안에 있는 항아리를 보면 너무 슬퍼서 그냥 박스채로 놔두었어.
엄마는 이 집에 사는 동안은 그냥 놔둘 거야
이사를 가면서 널 보내려고 해.
근데 너 알아?
옆방 언니가 우리 사진을 찍어줬어
너의 이쁜 뒷모습을 봐.
너 걸을 수 있었을 때 쉬하고 나서 우리 같이 저렇게 밖을 쳐다보았잖아…
난 널 보고
넌 바깥을 보고
내가 아는 작가분이 이렇게 그림으로 만들어서 보내주셨어.
신기하지?
사실 너의 꼬리는 더 긴데 말이야 ㅎㅎㅎ
그래도 그림이 이쁘더라
사람들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하더라고.
우리는 행복한 날들이 많았지?
자전거도 같이 타고 운동도 같이 하고 말이야.
우린 소소한 행복이 많았고,
너의 고비 나의 고비도 함께 넘기고
동생을 잃고 슬픔도 같이 넘겼잖아.
15년 동안 동고동락을 한 우리 였자나.
엄마 가슴엔 아주 커다란 구멍이 뚫렸어.
그래서 슬픔도 잘 느끼지 못해
그냥 멍해
네가 그냥 여행을 간 것 같아.
어딘가 즐겁게 여행을 하고 있을 것 같아.
엄마는 그냥 이렇게 멍하게 살라고 당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