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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Feb 02. 2023

항아리와 유모차

내 집 뒷마당에

한여름이 가득하다.

오전에 매미소리가 정말 시골처럼 무성하게 들린다.

햇살이 뜨겁게 빛나는

한여름에 우리 노견을 떠나보냈다.


난,

한국 드라마를 켜놓고

정신을 놓고 오전을 보냈다.


‘사랑을 놓치면 뼈가 저리다’라고 드라마에서

말했다.

나도 그런 걸까…

난,

얼이 빠지던데…

요 며칠 사랑을 잃고,

얼빠져서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정신을 차려야겠어서

뒷마당 잔디를 깎고

청소를 하고

샤워를 했다.


어제

화장하는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보낸 이메일을 받았고

아이는 화장이 됐단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이의 바디도 이젠 이 세상에 없고 하얀 털도 없고 이젠 가루만 남았다는 거니까…


이분이 전화를 한 이유는 이걸 알려주려 한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내가 주문한 것은 계산을 먼저 해야 가능하다고 말해서 카드로 계산을 해드렸다.

잘 부탁한다는  말을 몇 번을 하면서.



오늘 아마도 동물 병원에 도착할 거라고 했는데

점심쯤에 전화해도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단다.

내 곁으로 돌아올 아이니까

기다리고 있다.

난 엄마니까


여름의 더위를

선풍기로 이기면서

다시 기다려본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매일 앉아 있는 곳에서

한국 목소리가 나오는 넷플릭스를 켜놓고

눈은 그곳에

귀는 전화기에 가있었다.




5:05분쯤?

전화가 울렸다.

 아이의 urn이 도착했다고.

옷을 갈아입고 차분하게

동물병원으로 갔다.

화장비용을 내고

쇼핑백에 담겨 있던 우리 아이의 항아리를 집으로 데려왔다.



박스 안에 담아져 온,

우리 아이의 이름이 쓰여 있는 하얀 항아리.

두 손으로 항아리를 박스 안에서 꺼내면서

우리 아이 두 손으로 들어 안던 내 모습이랑 오버랩이 됐다.

항아리는 단단하고 차갑다.

우리 아이 몸은 따스하고 보드라웠는데…

재가 되어서.

이작은 항아리의 지니가 되었구나.

이 항아리를 문지르면 네가 연기가 되어 펑! 하고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이 작은 하얀 항아리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어제 비용을 지불하고 너와 같이 온 작은 것이

아래 사진의 작은 판도라 모양의 비드이다.

이 작은 비드에 아주 조금의 우리 아니의 쏘울을 조금 넣고 아주 비싸게 구입을 했다.

난 언젠가 우리 첫째 아이를 산이나 바다에 뿌려줄 생각이 있다. 그러고 나면 이작은 비드라도 가지고 있길 잘했다 생각할 것 같다.



나는 매운 것을 저녁으로 먹었다. 매우면 정신을 못 차리니까.

우리 아이도 저녁을 만들어주고

다시 항상 앉아있는 자리에서

멍 때리다가

내가 앉아 있는 의자 밑에서 자고 있는 우리 껌딱지를 보고 맘을 먹은 게 하나 있다.

언니가 아파서 산책도 못하고  

아픈 언니 눈치만 보던 우리 막내를 이제는

데리고 다닐 생각이다.

저녁에 온라인을 열심히 살펴보고

’ 멋진 ‘ 강아지 유모차를 샀다.


쉬는 날 어디를 갈 때 이제는 데리고 다니겠다는 나의 의지를 담아서  튼튼하고 안전한 유모차를 샀다.

그리고 하나 더,

내 가슴에 가깝게 안고 다닐 수 있는 pet sling carrier를 하나 구입했다.

이건 아이가 불안해하고 외로워하면 집안에서

안고 있으려고 말이다.

이런 거 하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게 이미 세상에 나와 있었다.


나도 슬프지만 우리 막내 아가도 슬퍼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웃지도 않고 먹을 걸 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안는 걸 싫어하는 아이가 안아주면 가만히 있는다.

우리 막내 아이와 나는 떠난 아이의 상실감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난 요즘 잠이 잘 안 오고

막내아가는 더 겁이 많아졌다.




그냥 틀어놓고 보는 드라마도

여주인공이 남자를 잃었다.

세상에 없는 남자 친구와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20대의 이별의 아픔은 죽을 것 같이 아픈가 보다.


다행인 걸까…

죽을 만치는 아프지 않아서…

어쩌면

구멍이 뻥 뚫린 가슴이라서

멍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숨만 쉬고 있다.


항아리가 도착한 날

난 새로운 강아지 유모차를 샀다.

남아 있는 세 번째 강아지와

최선을 다해 남아 있는 시간 동안 행복하게 살려고

아픈 언니 곁에서 며칠 동안 함께 해주어서 너무 감사하니까.

최선을 다해서 살지 않으면 너무 후회할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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