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노견의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막내아이와 집엘 왔다.
저녁에 천둥이 치고 비가 온다.
누구의 눈물이 저리 내릴까…
우리 노견을 사랑한 모든 이들의 서러움이 마치 비와 천둥으로 다가오는 걸까…
노견은 유난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나 보다.
아이를 잃은 슬픔은 열어놓은 창문사이로 들이친 빗물처럼 티가 나야 하지 않냐고
서러움을 가르쳐 주는 듯하다.
15년의 시간을 겨우 며칠로 되겠냐고 따지듯이…
오늘 천둥까지 치면서 내리친다.
엄마의 막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천둥이 하필 오늘 쳐버린다.
천둥재킷을 꽉 조이게 입고 있어도
막내는 슬프고 무섭다.
배려심 많던 언니가 없이 앞으로 혼자서 살아나가야 하니까
무서운 천둥도 번개도 이제는 혼자서 두려워하고
혼자서 숨어야 한다.
같이 함께 힘차게 짖어줄 언니가 어딘가 가버렸다.
엄마가 안녕하라고 한 언니는
움직이지도 않고 온기도 떨어지고 이상했다.
오늘 막내는 처음으로 혼자서 천둥과 번개와 내리치는 비를 언니 없이 온소리로 느끼며 두려워하고 있다.
조카도 퇴근해서 집에 왔다.
아무 말 없이 창백한 얼굴로 두리번 거린다.
설마 했는데
정말 없는 걸 발견했다.
망할 놈의 이모는 노견을 저세상으로 보냈고
아이 밥그릇도 치우고 요가메트도 다 치워 버렸다.
원래 없었던 것처럼
조카는 이모가 매정하다고 생각한다.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차분하게 모노톤으로 ’ 평화롭게 잘 떠났다’고 말하는데
가슴이 울컥거리고 화가 났는지
정말 떠난걸 실감 했는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
이사를 나갈 때까지 철저히 고스트 취급을 해줄 것임을 다짐하면서… 조카가 사랑한 노견을 떠나보낸 이모를 복수하겠다고 맘먹는다.
노견의 엄마는 며칠 전부터 가슴 안에서 그녀만의 천둥과 번개가 치고 미친 듯이 비가 내리고 있다.
홍수가 나서 잠길 수도 있는 양만큼,
숨을 못 쉴 만큼 슬픔의 비가 내리친다.
아무도 없을 때 엉엉 울면
떠나보낸 노견이 집안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자꾸 고개를 내밀 것 같고,
자꾸 부엌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환영이 보인다.
하루도 안 지났는데
빗물이 눈 속에서 자꾸 내리치면서 너무 먹먹하기만 하다. 먹먹한 이 증상이 더 심해지겠지만 엄마의 슬픔은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엄마는 남겨진 부들부들 떠는 막내를 데리고 침대 안에 들어가서 꼭 안아준다.
엄마와 막내는 같은 편이니까
마지막으로,
선한 하우스 메이트 언니는
오늘 되도록 늦게 들어올 결심을 했다.
1여 년 함께 살아온 노견이 오늘 떠날 거라고 말을 들었을 때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그 하우스메이트도 노견을 사랑했으니까, 가슴이 먹먹하고 도무지 노견이 없는 집에 돌아오는 것이 슬펐다.
늦게 늦게 비가 좀 가벼워지면 들어가자…
그렇게 짐에서 운동을 하면서 창밖으로 비가 서서히 그치길 바라고 있다.
비는 여전히 진하게 내리고 있고
엄마의 방안에서는 엊그제 우연히 들었던 곡이 나오고, 엄마의 눈 속엔 또 빗물이 안구를 치며 줄줄 흘러내린다.
가사가 마치 엄마의 이야기 같아서…
https://youtu.be/jz_CbF9mJA0
눈부신 빛의 반대편으로
찬란한 삶의 반대편으로
파고드는 이 마음에
우린 아파하고 있네
앙상한 손을 뻗어 너에게
작은 온기를 건네고 싶어도
겨우내 굳은 마음이
어떤 무게를 더할지
우리는 슬픔의 문을 열고
이 모든 아픔을 거스르고
빛의 편으로 삶의 품으로
다다를 수 있을까
우리는 슬픔의 문을 열고
이 모든 아픔을 거스르고
그대 편으로 넓은 품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우리는 슬픔의 문을 열고
이 모든 아픔을 거스르고
빛의 편으로 삶의 품으로
다다를 수 있을까
우리는 슬픔의 문을 열고
이 모든 아픔을 거스르고
그대 편으로 넓은 품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살아낼 수 있을까
반대편 — 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