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동생에게 간 너에게
우리 노견사진을 찾다가 10년 전 사진을 찾았다.
나에게는 쳐다보면 아주 가슴 아픈 사진.
둘째가 나를 보면서 웃고 있다.
유난히 엄마를 아끼고 언니도 챙겨주었던 동생이었던 이쁜 아이는 10년 전 다섯 살도 되기 전에 뇌수막염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2주 전에 떠난 우리 노견은 왼쪽에 뒷모습으로,
10년 전에 안타깝게 보낸 우리 둘째가 오른쪽에서 엄마를 보며 웃고 있다.
둘 다 하늘의 별이 되었고,
이 둘은 2주 전에 재회를 했겠구나.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린다.
인형처럼 이쁘고 털도 보송보송 자랐던 아이
부드러운 모습을 가진 우리 이쁜이
잘 웃고 순수하고 화도 낼 줄 알아서
사람 같았던 아이.
눈이 너무 이뻐서
정말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아이,
이 아이가 없었으면 아마 난 벌써 호주를 떠났을 것이다.
오늘이 별나라에 간지 14일째.
15년,
호주인생의 반을 넘게 이아이와 했으니까…
나도 우리 노견도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행복하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까지 함께 했으니까
기록하고 쓰면서 아이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눈물로 쏟아내기보다는
이쁘게 우리 노견과 아름다웠던 시절을 글로 담아내어 기억하고 싶다.
우리 이쁜 마리!
아름답고 맹랑하고 고집스러우며 누구에게나 사랑을 주던 너를, 내가 나이가 들고 더 늙으면
널 잊을지도 모르니까.
너를 기억하기 위해서 꼬박 쓰고 있다.
엄마를 바라보던 너의 눈을 보면 난 참 행복했단다.
세상에 저렇게 이쁜 딸이 있을까…
알고 보면
네가 날 지켜줬는데 말이야
무너지지 않도록
엄마의 노릇을 잘하도록
좋은 엄마가 되게 만들었어.
하염없이 모자라는 엄마지만 말이야
내가 널 키우면서
인간아이를 못 가진 게 얼마나 축복이냐 생각했어.
내가 너도 잘 못 키운 것 같은데
사람아이를 어떻게 잘 키웠겠어.
안 그래?
널 생각하면 미안한 게 너무 많아.
맨날 꼬질하게 키우고
이쁘게 돈 들여가면서 미용도 못 시켜주고
양치질도 자주 못해줘서
수술도 많이 시켜주고
엄청 죄책감 느낀다.
훈련도 잘 못 시켜주고
슈퍼맘이 못돼서 정말 미안해
대신 막내동생은 엄마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게
그리고 너의 사랑까지 합해서
더 사랑해 줄게
막내는 네가 보고 싶은가 봐
바닥을 닦았는데도
직장에서 캠으로 보면
네가 자던 고자리에서 자고 있어.
자주 울기도 해 아직도
심해지지 않기만 바라고 있어.
근사한 유모차도 샀어.
자주 데리고 다니게…
근데 조금 작아. 누우면 꽉 끼더라고
좀 큰 걸로 살걸
아무렴 어때
매일 데리고 나갈게 외롭지 않도록!!!
약속!!!
막내가 좀 웃었으면 좋겠어.
요즘 잘 안 웃는다.
엄마도 막내도
매일 운동할게 약속!!!
아참,
네가 떠난 다음날
우리 집 앞에 찾아와 줘서 감사해.
1초 동안, 한순간 네가 문 앞에 다녀간 걸 봤어.
엄마한테 인사하러 온 것 알아.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떠나기 전에 엄마를 보러 와줘서!
감사하더라고.
마음이 따스했어.
바람이 기분 좋게 불면 그게 너라고 생각할 거야
넌 바람이 되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