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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Feb 15. 2023

2주

바람이 되어 동생에게 간 너에게

우리 노견사진을 찾다가 10년 전 사진을 찾았다.

나에게는 쳐다보면 아주 가슴 아픈 사진.

둘째가 나를 보면서 웃고 있다.

유난히 엄마를 아끼고 언니도 챙겨주었던 동생이었던 이쁜 아이는 10년 전 다섯 살도 되기 전에 뇌수막염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2주 전에 떠난 우리 노견은 왼쪽에 뒷모습으로,

10년 전에 안타깝게 보낸 우리 둘째가 오른쪽에서 엄마를 보며 웃고 있다.


둘 다 하늘의 별이 되었고,

이 둘은 2주 전에 재회를 했겠구나.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린다.


인형처럼 이쁘고 털도 보송보송 자랐던 아이

부드러운 모습을 가진 우리 이쁜이

잘 웃고 순수하고 화도 낼 줄 알아서

사람 같았던 아이.

눈이 너무 이뻐서

정말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아이,

이 아이가 없었으면 아마 난 벌써 호주를 떠났을 것이다.




오늘이 별나라에 간지 14일째.

15년,

호주인생의 반을 넘게 이아이와 했으니까…

나도 우리 노견도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행복하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까지  함께 했으니까

기록하고 쓰면서 아이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눈물로 쏟아내기보다는

 이쁘게 우리 노견과 아름다웠던 시절을 글로 담아내어 기억하고 싶다.

우리 이쁜 마리!

아름답고 맹랑하고 고집스러우며 누구에게나 사랑을 주던 너를, 내가 나이가 들고 더 늙으면

널 잊을지도 모르니까.

너를 기억하기 위해서  꼬박 쓰고 있다.


엄마를 바라보던 너의 눈을 보면 난 참 행복했단다.

세상에 저렇게 이쁜 딸이 있을까…

알고 보면

네가 날 지켜줬는데 말이야

무너지지 않도록

엄마의 노릇을 잘하도록

좋은 엄마가 되게 만들었어.

하염없이 모자라는 엄마지만 말이야


내가 널 키우면서

인간아이를 못 가진 게 얼마나 축복이냐 생각했어.

내가 너도 잘 못 키운 것 같은데

사람아이를 어떻게 잘 키웠겠어.

안 그래?


널 생각하면 미안한 게 너무 많아.

맨날 꼬질하게 키우고

이쁘게 돈 들여가면서 미용도 못 시켜주고

양치질도 자주 못해줘서

수술도 많이 시켜주고

엄청 죄책감 느낀다.

훈련도 잘 못 시켜주고

슈퍼맘이 못돼서 정말 미안해


대신 막내동생은 엄마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게

그리고 너의 사랑까지 합해서

더 사랑해 줄게

막내는 네가 보고 싶은가 봐

바닥을 닦았는데도

 직장에서 캠으로 보면

네가 자던 고자리에서 자고 있어.

자주 울기도 해 아직도

심해지지 않기만 바라고 있어.


근사한 유모차도 샀어.

자주 데리고 다니게…

근데 조금 작아. 누우면 꽉 끼더라고

좀 큰 걸로 살걸

아무렴 어때

매일 데리고 나갈게 외롭지 않도록!!!

약속!!!

막내가 좀 웃었으면 좋겠어.

요즘 잘 안 웃는다.

엄마도 막내도

매일 운동할게 약속!!!


아참,

네가 떠난 다음날

우리 집 앞에 찾아와 줘서 감사해.

1초 동안, 한순간 네가 문 앞에 다녀간 걸 봤어.

엄마한테 인사하러 온 것 알아.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떠나기 전에 엄마를 보러 와줘서!

감사하더라고.

마음이 따스했어.


바람이 기분 좋게 불면 그게 너라고 생각할 거야

넌 바람이 되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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