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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Jun 08. 2023

엄마가 미안해

너를 잠시 떠났다가 올게.

한 달 내내 일하고 남은 시간은 엉덩이만 붙이고 했던 공부.

3일의 트레이닝과 실습시험과 필기시험을 어제 마쳤다.

실기는 합격, 필기시험은 내 생각에 잘 못 봤다.

그래도 다 합격이라고 하더라. 휴우~

이왕이면 완전 잘 봤으면 좋았을 것을… 아쉽지만 이젠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다시 하지도 않을 것이다.


시험 마치고 돌아오면서 한국에 갈 준비를 위해서

슈퍼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한국에 있는 나의 가족에게 뭔가 유용한 것들을 사다 줄 것을 쇼핑을 하며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엄마가 당분간 없을 우리 노견이 돼 가는 강아지가 자꾸 걱정이 됐다.


공부한다고 아이에게 밥 먹이고 산책시키는 것 말고는 신경을 못써줬다. 겨우 목욕을 시켜주고 귀털을 잘라주고 털을 좀 다듬어 준 게 다였다. 발톱도 못 깎아주고 왔다.

집에서 내가 혼자 다듬어주니 이쁠 수가 없지만

눈이 보이도록 털이 지저분하지 않도록 다듬어 주었다. 내 눈엔 최고로 이쁜 딸이다.


내가 집에 오면 얼굴에 침이 가득 찰 때까지 나를 핥아주고 껑충껑충 뛰면서 매일을 왜 이제서야 오냐고 엄마를 반겨주는 이아이를 두고 잠시 한국엘 가는 게 왜 이렇게 죄책감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아이의 불안을 내가 느끼는 건지 나의 불안감을 아이가 느끼는 건지 어쩌면 둘 다 맞을 것이다.



나없을 동안 우리 강아지가 먹을 음식 만들어서 냉동실에 쟁여놓고 고마운 우리 하우스메이트들에게 부탁을 했다.

하루에 두 번 밥을 주고 뜨겁지 않게 데워서 주시면 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호주는 지금 겨울이다)

가능하면 10분 정도 산책시켜 주거나,

뒷문이라도 열어줘서 응가라도 하게 해 준다면 너무 감사하겠노라고.


내 아이는 내 옆에 딱 붙어 자석처럼 졸졸졸 따라다녔다. 밤새 따라다니다가 내가 앉아서 가방을 싸니까 침대 밑에서 겨우 잠이 들었다.

쳐다보고 있자니

너무 짠하다.

울컥한다.

늙고 병든 아이를 보낸 슬픔이 아직 가지시도 않았는데, 남은 아이를 잠시 떼어놓고 가는 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언니도 없이 엄마도 없이

혼자서 새로운 언니와 오빠랑

당분간 집에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한없이 기다리면서 문 앞을 서성이고 하울링 할 그 눈을 생각하니

가슴이 멍하다. (강아지도 이런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오죽할까…)

가방을 싸고, 조금 정리를 하고  부엌을 치우고 나니

예약한 우버가 오기로 한 시간이 겨우 한 시간 남았다.

나 때문에 늦게 까지 깨어 있던 아이가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가만히 아이를 쳐다보았다.

나와 인연이 되어 이렇게 9년째 살고 있어서

나의 다섯번째 사랑스러운 딸 강아지이다.

이제 이아이가 마지막일 거다.

눈 붙일 시간이 없었다.

그냥 깨어서 아이도 보고 선물 가득 넣은 여행용 가방도 보고…


새벽 4:30 분이 됐다.


떠나기 전에 하우스 메이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냉장고 문에 혹시 간식을 사거나 당근을 사서 주도록 돈도 남겨놓고

이렇게 저렇게 해주세요라고 공손한 알림 쪽지를 붙여두었다.

아이가 깨기 전에 가방을 먼저 밖에 내놓고,

아이를 거실에 내놓고 내방문을 잠그고

출근할 때처럼 간식을 하나 주고

문을 조용히 닫고 나왔다.

아가야 열흘뒤에 엄마와 반갑게 마주하자.

우버 택시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우리 딸

엄마 할머니한테 효도하고 올게.

그동안 건강하고 용감하고 행복하게 잘 있으렴

약속해 엄마랑!!!

우리 곧 만나.

엄마도 건강하게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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