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닫고 난 뒤의 세상.
내손으로 쏘이 카푸치노를 만들어 먹고,
인스턴트 월남국수도 간단히 끓여 먹고,
100년 된 수돗물을 필터에 내려서 물을 마시는 내 집,
걸으면 삐그덕 거리는 마루까지 반갑다.
가장 반가운 건 우리 아가!
영원히 아가인 우리 9살 우리 반려견 딸!
다시 만나서 푹풍같은 뽀뽀를 한 시간 내내 얼굴에 끈적끈적 반려견침 마사지세례를 받았다. ㅎㅎ
겨우 10일을 집을 비웠어도 돌아오니 반갑고 행복했다.
아이구 내 새끼!!!
아이고 보고 싶던 우리 딸!!!
(엄마가 우울에 하는 너 때문에 속이 탔었다).
재회하니 너무너무 행복하구나.
이번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27년 만에 깨달은 한 가지가 있다.
어이없게도
내가 지옥 같은 천국이라고 생각했던,
정말 떠나려고 노력했던
이 시드니가,
그리고 내 집이,
사실은 감사하고 건강한 천국이라는 거!
갑자기 어이없는 소리 같지만
김승호 회장님이 말씀하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천국’이라고 하셨듯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현생이,
그리고 이 시드니 생활이 천국이라고 결론 내렸다.
내가 정해서 내 인생을 개척해 온 낯선 이곳이,
내가 노력해서 지키고 살아온 내 경험이 온전히 있는 곳,
내가 살고 있는 시드니의 내 집이 천. 국.
나는 이미 천. 국. 에서 살고 있었다.
무엇이든 이곳에서 할 수 있고,
안전하고
편안하고
내 허락 없이는 들어올 수 없는
나의 모든 것들이 다 있는 공간.
그래!
이곳이 천상의 공간이었어.
같이 사는 하우스메이트가 있어 외롭지 않고,
내 아이도 더 사랑받고
더불어 살면서도 독립적인 내 아주 작은 공간.
뭔가 좀 빈구석이 많은 집이지만,
완벽하지 못한 나와 내 집은 아주 잘 맞는다.
적어도 노력을 열심히 하는 나와 나를 살게 해 준 이도시도 말이다.
이 외롭고 고독하고 힘들고 도망가지 못하고 돈의 노예로 살아왔다고 생각한 이곳이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천국임을 알아차린 것!
그렇다면
모든 것은 깨달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앞으로 다가 올 무게와 힘듦과 고통도 깨달음이 있다면 다른 태도로 이해하고 살아간다면 인생이 반드시 달라질 거라 믿는다.
공항에서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었던 감사한 분이 있었다.
그분이 말해주셨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날 위해 존재한다고 믿기 시작하면 이 우주와 세상이 정말 날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아직도 내 인생의 컵에 물이 반 잔이나
남아 있으니.
나는 그렇게 믿고 모든 세상이 날 위해 움직여 준다고 믿기로 했다.
“모든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