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인치 와의 데이트
쉬는 날 밤
하우스메이트들은. 다 잠이 든 시간엔
혼자 스터디 공간에 앉아서
아주 커다란 티브이로
달달한 드라마를 눈이 꽉 차도록
틀어놓고 보면
행복함이 찾아온다.
허함을 채워주고,
외로움도 채워주고
거미줄 친 벙어리의 냉가슴도 치유해 주는 듯한
티브이박스 85인치
요즘 이상하게 허하다.
외로운 건가?
몇 년 동안 잘 지내왔는데…
요즘 사랑이 들어간 드라마를 보고 싶다.
몇 년 동안 그렇게 많이 봤는데
가슴이 정말 허한가 보다…
젊은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는 풋풋하다
젊어서 아름답다.
내가
저 나이에 가지 않은 길들을…
드라마를 보면서 가끔은 생각해 본다.
내가 젊어서 다시 기회가 생기면 지금처럼 살 건가요?
하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요!”
당연히 다른 삶을 살겠다.
드라마처럼, 비슷하게라도 젊을 때 시도해 보겠다이다.
내가 가지 않았던 길을…
이왕이면 살아보지 않았던 길을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젊고 이쁜 드라마가
날 많이 위로해 준다.
따스하고
고맙다.
타국에서 한국말로 들리는 저들의 목소리가…
따스한 누룽지국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