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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Jun 29. 2024

1인 가구의 타지 인생

난 고귀하게 살다 가고 싶다.


오늘 오전에 옥션을 구경 갔다.

사고 싶었던 정말 아름다운 집

내가 생각한 가격보다 엄청 비싸게 팔려나갔다.

내가 예상한 가격보다 무려 4억 2천이나

비싸게 ㅠㅠ

구경만 했는대도 턱이 주저앉을 것 같아서 꼭 입을 다물고 구경했다.

속으로는 좌절도 했다.

내가 붙어서  경매를 했어도 못 사는 집이었구나 하고 말이다.


오전에 우연히 만난 같이 부동산 공부한 지인과 함께 경매를 구경했는데 이 집이 저 정도 가치는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지인과 경매구경 전에 만나 집을 세 군데나 더 봤다. 지인은 자신 있어했다. 함께 보면서 지인에게 배우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투자집을 보는 태도, 중개인과 나누는 대화들…


우리 집 근처라 우리 집에서 차 한잔하고 가시라고 권유를 했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나 보니

20대의 열정을 가지고 너무 열심히 하시는 게 아닌가…

부자가 이래서 되는구나 하고 한 수 배웠다.

지인분은 떠나시면서

내게 집을 팔고 업그레이들 하길 권하셨다.

업그레이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지인이 떠나고 난 조용히 혼자 티를 마셨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다가

아주 오래전 기억으로 돌아갔다.



28년 전

난 호주에 올 때 내가  모은 직장 생활 5년의 돈을 전부 다 가지고 왔다.

난 변화가 필요했고

꽤 괜찮은 직장을 과감히 관두고

돈을 다 투자해서 호주로 왔다.

유학비만 달랑 들고 와서 유학하는 동안 전부 쓰고

공부가 끝났을 땐  내수중에 돈은 거의 없었다.


졸업도 전에 난 시드니로 내려와

아무 일이나 구했고,

학생비자가 끝나기 전에 용돈이라도 벌어 한국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었다.

아무 데나 취직해서 방학 동안 열심히 돈을 벌었다.

내가 대한민국 내노라하는 응급센터 출신이니 돌아가기 전에 응급실 경험이나 해보고 싶었다.

나름 괜찮다는 응급실이 있는 병원에 취직을 했고, 못하는 영어지만 경력으로 버티던 그 직장이 우연찮게 날 오랫동안 시드니에 머물게 만들어 줬다.


거의 무일푼이던 내가

유학한 기간을 빼고 일하고 공부만 하고 살다 보니

28년 동안

겨우 아주 작은 집 한 채,

차 한 대

그리고 통장에 조금의 비상금을 가지게 되었다.


대신,

여전히 절약하고,

셰어를 하면서 함께 살고 있고,

여행을 제대로 가본 적이 없고,

인생을 대단히 즐겨보지도 못했고,

휴가는 가족을 보러 한국으로만 갔다.


외로웠고 힘들었던 그 시절

20년 동안 세 마리의 반려견들이 나의 가족이 되어 주었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아무것도 쉬운 것은 없었고,

모든 것을 맨땅에 헤딩하면서 배우고 살았다

이렇게 답답하고 멍청할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말이다.

남들보다 모자라서 남들의 두세 배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내가 미련스럽다 못해 오늘은 연민을 느낀다.

월급쟁이로는 당연히 부자가 될수 없다.

사실,

집을 세채, 네 채를 사고 있는 지인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의 부인으로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내고

자기 일을 쉬면서 기꺼이 엄마로서의 역할,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도 투자를 위해

무섭게 뛰어다니고 공부하는 그분을 보면서 난

부끄럽기도 했다.

겨우 일하고 와서 놀고, 쉬고 했던 내 모습이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살았어도

그분들 만큼은 노력을 못한 것 같아서였다.

창피했고 반성을 했다.

나도 열심히 살았대지만 그녀는 정말 열심히 살고 있었다.


절대 그냥 쉽게 안주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고통과

인내와

눈물이 없이는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 투자 없이는

부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 왜 부자가 되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여기서 이렇게

너무도 평범하게 살면,

결국은 빈곤스러운 노년을 겪으면서 살다가 타국에서 홀로 질 것이기 때문이다.

빈곤한 노년으로 살다가  홀로 질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모아둔 돈으로 대우받으며

고귀하게 생을 마감할 것인지를 고민한다면

누구나 후자이지 않을까…


내 평생을 소박하게 살아왔는데

노후에도 소박하게 살고 싶지 않다.

화려하게는 아니더라도

나는 고귀하게 살다가고 싶다.


고귀하고픈 나의 바람이 이루어지려면

충분한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돈을 벌기 위해 돈공부를 시작했고,

몸을 건강하기 위해 근육 만들기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

정신과 육체의 건강에 대한 투자가 부자의 기본이니까


난  나이가 적지 않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면

지금이 어디야 이런 생각을 해본다.

좀 더 부지런 해지자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해보자

그리고  용기를 내보자.


아이가 많이 아프고

난 기가 죽어 있고

요즘 좌절감이 나를 압도하지만

이것 때문에 자존감을 잃지 말자.



나를 토닥거려 주자

내가 스스로 나를 위로하고

나를 다독여주고

나를 안아주자


명상하고

감사하고

매일매일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살자.


난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난 아주 많은 것에서 노력했다.

난 주저앉았어도 또다시 일어나서 달렸다.

난 많이 실패했어도 또 일어나서 시도하고 있다.

울어도 일어났고

상담을 받으면서도 계속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

난 혼자인 것 같아도 응원해 주는 아름다운 지인들이 많다.

난 아직 가족이 있고

아직도 내 곁에 내 아이가 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들인가.


그저 매번 그랬듯이

오늘 하루만 열심히 살아가자

오늘 하루만 열심히 살아도

매일매일 다 이루고 있는 거니까.

나에게 관대하자

난 날 누구보다 사랑하니까…

난 누구보다 날 믿고 지지하니까…

난 많은 것을 혼자서 이루어 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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