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티 한잔과 달달한 호빵 두 개
친척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예전에 워킹 홀리로 와서 우리 집에 잠시 머물렀던 사촌이 열심히 노력하고 일해서 카페 사장이 되었고 호주에서 잘 살게 되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신부도 만나 몇 년 동안 연애하더니 오늘 드디어 호주에서도 결혼을 했다.
그것도 시드니의 대표 명소인 오페라하우스에서.
호주의 결혼식은 아침에 예식을 하고 오후부터 파티 장소에서 모여 자정이 넘도록 결혼식을 진행한다
한국 스타일과는 너무 반대인 대부분 하루 종일 결혼을 하며 친구와 가족들 많은 친한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하고 먹고 마시고 춤추며 성대한 결혼식을 하는 편이다.
서양의 영화처럼 신부의 들러리들도 신랑의 들러리들도 똑같이 나오고
서양인 주례사의 주례로 결혼식을 한 것.
‘행복하게 잘 살기를
건강하기를
백년해로하기를 …‘
빌어주었다.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으며 행진
사진을 두 시간을 넘게 찍고,
너무 서있어서 정말 앉고 싶어 졌을 때쯤
저녁을 먹기 위해 아래층으로 이동해 테이블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나이드신 삼촌은 힘들어 하셨다.
너무 서양식이라 배려가 없다고 느껴진 건 뭘까…
식사를 하고
모든 중요한 사람들이 인사를 하고 말을 하고
그러는 와중에 한 끼에 500불도 넘는다는 코스요리가 나오고 3시간이 넘게 디너를 즐기면서
결혼식파티가 계속 됬다
울고 웃고 손뼉 치고 박장대소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난
앉아 있는 동안 같이 웃고 박수 쳐주었지만
사실 속으론 마음이 불안했다.
우리 아픈 반려견은 괜찮을까……
밥을 꼭 먹고 가라는 말에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가 난 정말 식사가 끝나고 쉬는 타임 일 때 적당히 인사를 하고 나왔다.
걸어오는 동안
오랜만에 늦은 시간에
오페라 하우스를 걸어본다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오랜 세월을 이곳에서 지내서
아름답지만
일상이 돼버린 아름다운 정경
배부른 오만일지도 모르겠다.
매일 감사하고 살지만
난 그냥 이곳 어느 한 곳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고
걸어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 때문에 서둘러서
아픈 아이를 놔두고 예의를 지키러 축의금을 들고 가서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그때부터 일까
집에 오는 동안 마음이 헛헛 해졌다.
남들은 잘도 만나 결혼하고 사는데…
삼촌은
내가 혼자서 고통을 견디면서 산다고 하셨다.
나는 혼자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이런 말들을 굳이 듣지 않았어도 됐는데
친척이라서 예의를 갖추어주고
참석해 준 의무를 다했으면 된 거다.
정식으로 초대장을 받은 것도 아니도 카톡으로 일요일 오후 3시 오페라 하우스로 오라고만 연락을 받았지만 엄마를 생각해서 참석했다
나온 모든 음식이 고기와 회와 생선이라서 그 주위의 야채들만 먹고 왔다.
집으로 오면서 아이가 괜찮은지 카메라로 확인을 하고 엄마께 결헌식을 참석했다 보고를 하고
동생과도 대화를 하고 전철을 탔다.
집에 도착했는데 아이를 본순간 기쁘면서도
마음이 헛헛했다.
반려견이 아파보고 반려견을 떠나본 사람만이 이해 할 수 있는 내마음…
한참동안 아이를 안아주고 물을 주고 보듬어주고
표현하게 하게 해주고 나서
난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따스한 얼그레이 차 한잔
내가 만든 작은 케이크 한 조각
그리고 작은 호빵 두 개를 쪄먹었다.
달달하고 따스했다.
축하해 주었지만
마음은 헛헛한 느낌이었다…
어른의 역할을 하고 온 나에게 다독여 주었다.
잘하고 왔어.
난 이제 나이든 어른이니까
친척보다 따스한 얼그레이 차와 호빵 두 개가 더 따스하다.
샤워하면서 훌훌 털어버리고
침대 속에서 강아지 옆에 두고 글을 적으며 생각해 본다.
내가 더 따스하게 살아가야겠다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