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월애 Jun 05. 2024

쉐어를 하는 일

현타가 올 때도 있지만…


원하는 것들을 가지려면- 덜 외롭고, 경제도 돕고.

고통을 수반해야 한다.- 귀찮고 번거롭고 회의감을 느껴도 해야 하는 일.

세상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


찰리멍거가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모든 것에는 비용이 따른다고’


쉬는 날이라 늦잠을 자고 하우스 메이트들이 출근하고 나서 화장실을 갔다가

가지런히 꽉 차게 놓인 바스용품들을 봤다.

우와 꽉 차있구나


그리고 세면대에 놓인 칫솔용품들

우와  세면대도 참 작은데 컵이 참 많다.

우아하게 바스하고 쉬면서

나만의 그릇과  특별한 컵들을 사용하고

나만의 부엌 제품들을 쓰면서

나의 공간을 만끽하면서 나 홀로 싶기도 하다.

우. 아. 하. 게. 살아거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아무도 터치하지 못하는 나만의 성역.

그걸 난 쉐어비용과 바꾸었다.

나만의 성역에서 자존을 지키며 살기보다

”함께 “ 와 ”경제“를 택했다.


아침에 햇볕을 쐬러 뒷마당에 나왔다가

햇볕 아래서 찬란하게  마르고 있는 빨래들을 보았다.

전부 하우스메이트들의 빨래들!

와! 젊은  친구들은 저런 옷들을 입어주시는 구냥!

배우자 배워!

젊게 입고 사는 방법을 흠흠!!


내 집에서 남들과 많은 것을 공유하고 살고 있는 나!

아주 가끔은

내가 에어비엔비를 하고 있나? 착각을 하곤 하는데

목욕탕을 청소하고

화장실 휴지를 버릴 때(이건 정말 현타가 온다 내가 엄마도 아닌데 말이야)

집안 청소를 내가 다하고 있고

부엌 쓰레기를 내가 전부 다 버릴 때

그런 생각을 한다.

나 청소부 아줌마 같아!

이걸 왜 내가 매번 다 치워야 하지?

렌트를 살아도 엄청 치우고 본드머니 깎일까 봐 청소

기갈나게 해놓고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저들의 방은 먼지가 수북이 쌓이지는 않았을까?

궁금해지지만

열어보지는 않는다.

그들이 돈을 내고 쓰는 공간이니까 …

프라이버시는 지켜주는 예의를 갖춘다.

내가 싫은 건 그들도 싫을테니까.


 집주인인 내가 공유하는 공간은 뭐든지 다 치우고 있다.

가끔은 짜증도 난다.

같이 쓰니까 같이 치워야 하지만

너무 잔소리는 하기 싫으니까…


꽉 차면 가끔은 버려 달라고 하기도 하고

화장실 쓰레기도 비우라고 말한다.

매번은 아니지만 가끔은 하니까 그것으로 만족한다.


하우스 메이트들과 살면서 얻는 가장 큰 혜택은

1. 경제적 도움

2. 외롭지 않고

3. 젊은 한국인의 문화를 배우고

4. 늦으면 강아지 저녁도 나 대신 주기도 하고

5. 강아지 쉬아하라고 뒷마당에 내보내주기도 하고

6. 강아지가 아프면 알려도 준다.

7. 가끔 밥도 같이 먹고 외출도 한다.



대신 난 무엇을 주냐면?

1. 김치를 담그면 나누어주고

2. 음식도 해서 자주 나누어 주고

3. 음식들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고

4. 아프면 보살펴주고 치료도 해주고- 물론 공짜로

6. 밥도 간혹 사주고

7. 차 타고 시장도 같이 가주고

8. 내가 알고 있는 알바도 가르쳐주고 또는 소개도 시켜주고

9.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도 시켜주고 (심지어 결혼도 함)

10. 집청소 주로 내가 하고 잔소리 별로 안 하고.

11. 호주에서 맛있고 좋은 알찬 쇼핑이 뭔지도 알려주고.

뭐 이 정도면 상부상조이지 않을까?



대부분 운이 좋게 좋은 하우스 메이트를 만난다.

심의를 기울여서 선택을 하지만

매번 다 좋지는 않다.

살아봐야만 아는 수도 있으니까…


이번에 살고 있는 하우스 메이트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오래오래 살다 가기길 ㅎㅎ


툴툴거리지 말자.

혼자 사는 것보다 나으니까

여러 사람과 함께 사는 일이 얼마나 더 될까?

길어야 10년?

정말 이제 힘들어서 못하겠다 할 때가 오면 정리하고 작은 집에서 살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