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마지막인 것처럼 …
자목련이 벌써 피고 있었다.
시드니의 시그니쳐 하늘색과 더불어
태양에 비추어 자주색이 마치 필크처럼 보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날이 너무 좋아서
빨아서 걷어놓은 카펫을 들고 나와서
드러누웠다.
얼굴에 기미가 가득해져도
1분 정도 햇볕에 내놓고 그 따스함을 느껴본다.
나도 자연의 일부인데
굳이 우리는 옷이라는 걸 입고 사니까
내 집이어도 발가벗고 누워 있기 뭐 하다.
아무도 안 보면 발가벗고 누워 있고 싶다.
앞뒤로 살균해주고 싶다.
맨 끝에 달려 있는 푸르른 잎이 빛이 날 정도로 눈이 부시다
남쪽나라의 태양은 북쪽보다 더 뜨겁다.
오존층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과학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하늘이 이리 파랗고 뜨거울 수가…
마당에 누워 햇볕을 쬐고 있으니 아이가 나와 얼굴을 부비더니 뽀뽀를 힘차게 해 준다.
오늘 컨디션 별로이던데 엄마와 함께 있는 날은
무조건 기운이 나는 우리 노견
낢은 생일 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가고 싶은가 보다.
아프다는 핑계로
난 직장에 가서도 일하고
집에 와서도 아가를 돌보는 일을 한다.
글도 몇 자 적어보고
얼굴만 가리고 누워 있었다.
가장 평화로운 시간
가장 부자인 시간
그리고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
철없는 내가 나도 잘 못 돌보면서
남을 돌보기를 30년
강아지를 돌보기를 17년 째다.
오늘 아이 목욕을 시키고 말리면서
17년을 키워도 능숙하지 못한 미용솜씨에 실망하면서 자책도 했다.
멍청하고 많이 부족한 개엄마라고
이아이가 마지막이다.
아이가 떠나면
이 집도
아름다운 뒷마당도 안녕할 것 같다.
아이도
내 집도 사랑하지만
난 변화하고 싶으니까
그게 무엇이든.
오늘은 항상 마지막이니까
오. 늘. 을. 마지막인 것처럼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