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쎄게부는 밤
오늘 우리 아이는 밤에 좀 숨이 많이 차는 듯했다.
저녁약을 먹이고 4시간이 지나가는데 세게 불고 있는 바람소리가 무서웠는지 불안해했고 헐떡 거렸다
오늘밤은 또 잠을 잘 수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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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수의사 선생님과 상의해서 Quality of life, 즉 삶의 질을 높여주고 통증을 줄이고 최대한 행복하게 살다가게 해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벌써 4주가 넘도록 가바펜틴을 하루에 2번 아침저녁으로 복용을 하고부터 진정효과가 있어서 인지, 아님 진통 효과가 있어서 인지 너무 힘들어 보이지 않아서 좀 안심을 했는데 오늘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온 듯 다시 힘들어한다.
심장이 벌렁거리면 무섭다 너무 빨리 뛰다가
갑자기 멈출까 봐….
가바펜틴을 한 알 더 먹였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 헐덕거림이 조금 잠잠해지면서 진정이 되고 있는 듯하다.
시드니는 롱 위크엔드long weekend가 끝나는 밤이다.
내일부터 사람들은 정상 출근하고 다시 다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난 롱위크앤드에 일하고 오늘 쉬는 날이었다.
쉬는 날 난 외출하거나 무언갈 한다기보다는
그냥 아이와 집에 있는다.
내가 집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아이는 안정감을 얻으니까 …
밤이 지났고 아침이 왔다.
아이는 계속 잠을 잤고
난 지친 몸으로 나와 잠을 좀 깨 보려고 커피 한잔을 만들어 뒷마당으로 나왔다.
아이가 잠든 사이에 밝은 오후 햇살을 보면서
감사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거친 바람이 부는 무서운 밤이 찾아오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난 아이의 심장소리와 숨소리를 재가면서 또 다시 밤을 새운다.
그러면서 이렇게 글이라도 쓴다.
아이가 힘들어 잠들지 못하고,
물을 찾으면 물을 주고,
새벽에 쉬아를 하려고 문 앞에 있으면 데리고 나가서. 쉬아를 시키고,
다시 방에 들어와 잠이 들게 편안한 자리에 눕도록 해준다.
오늘도 내 아이는 오후에 최선을 다해서 산책을 했고 걸을 수 있는 만큼 걸었다.
매일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한다.
내가 있을 때 떠나기를
고통이 덜하기를
행복하기를.
아이에게 있을 때 잘하자 매일 맘 먹는다.
그래야 후회를 안 할 테니.
어쩌면 이 방법이 나의 홀로서기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호주에서 20년이 다 되도록 세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해오고 있고,
다시 혼자가 되면
난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하기도 하다.
반려견이 없는 삶!
많이 공허하리라 생각한다.
빈자리도 클 것이라 믿는다.
그리움이 많겠지만
새아기는 데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맘먹었다.
나에게
효도를 할 시간을,
한국에 있는 가족과 좀 더 가까워지고,
자주 방문하고,
그리고 나를 위해 여행을 좀 하면서 살아가겠노라
결심 했다.
아이가 떠나게 되면,
난 이사를 가고 싶다.
아이들과의 추억이 너무 많은 집에
혼자 남겨져서 살고 싶지는 않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나로 살아가고 싶다.
많이 버리고 언제 떠나도 무겁지 않을 만큼의 짐들만 가지고
좀 훌훌 털고 가볍게 살아가고 싶다.
YONO= You Only Need One
오늘 한국 기사에 나온 기사에서 본 글이다.
이 말이 내게는 가볍게 살아가라는 말로 다가왔다. 둘도 필요 없이 무엇이든 하나만 있으면 되는 삶.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다.
밤이 깊어지고
바람은 여전히 거세고
아이의 숨소리도 잦아들지 않는다.
아이의 힘겨움이
내 가슴의 통증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도를 해야겠다.
고요히
우리 아이의 평온함을 위해서
이 밤이 무사히 지나갈 것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