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소통하고 사는 방법

선물처럼 다가온 그들

by 구월애

난 지금은 애인이 없다.

내가 사는 시드니엔 단짝도 없다.

22년 동안 내가 베프라고 불렀던 친구도 요즘엔 휴지기를 갖고 있다.

친구가 날 가족으로 대하는 순간이 불편해서이다. 친구의 선을 넘고 예의도 지키지 않는 베프는 내려놓아도 좋다.

나의 기준선은 뚜렷하다.


그럼 혼자 지내냐고?

사실은 혼자일 때가 가장 평온하고

가장 고요하고

가장 행복하다.


잡음도, 말썽도, 오해도, 질투도 싸움도 화합이나 절충 같은 게 없어도 되고,

온전히 나만을 위해서 살아도 되니 정말 좋다.


하지만 먼 산골의 스님처럼 살 필요는 없다.

아니 그렇게 살려고 이번 생을 태어난 것은 아니므로,


예의라는 거리를 지켜주는 지인들과 친구들을 찾았다.

이들은 직장의 친구들과는 다른,

사회에서 만난 한인 친구들이다.

독서라는 이름 아래 책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고 알아가는 친구들.

친구를 만나려고 독서 모임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순수하게 독서를 하려고 모임을 시작했는데 선물처럼 그들이 다가왔다.

나이는 많으나 적으나 상관도 없고

누구누구 님이라는 호칭으로 몇 년을 그렇게 부르면서도 신뢰를 주고 예의를 갖추는 그런 분들이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알아지게 되는 시간을 들여서 알게 된 지인들.

난, 이웃사촌보다 지적 공동체로 만나는 이 지인들과의 정기적인 소통이 즐겁고 소소하다.

한인 커뮤니티 활동은 직장 외국인과의 관계와는 다르고 같은 국민이라서 이유 없이 좋다.

말하지 않아도 비슷한 문화를 가진 이들과 만나 소통하는 자체가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랄까?

이민생활의 소금 같은 시간과 소중한 사람들인 거다.


이제 거의 4년이 다되어가는 북클럽의 멤버들이 알게 모르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쁘고, 함께 협력해서 책도 내보고, 영어 읽어내기 챌린지, 감사일기 챌린지, 운동 챌린지, 경제 모임 챌린지 등등 많이 하면서

서로서로 원하는 것들을 이루어 가고 있다.


사람과 만나고 소통하고 눈을 마주치고 음식을 같이 먹고 숨을 쉬는 일

같은 곳을 보고 소통하고 성장하는 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스하다.

1인 가족으로 살지만 외롭지 않으니까


내게 빠져 있는 것이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건데

이성의 사랑

가족의 사랑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가족의 사랑을 실천할 조카를 초대했고 매일매일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걸어가 보고 있다.

혼자 오래 살던 내가

잠시 2인 가족으로 사는 방법을 배우면서 말이다.


이거 잘 해내면, 왠지 이성과의 사랑도 잘할 것 같은 느낌?


뭐든지 완벽한 건 없지만 항상 해보는 거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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