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의 리테일 테라피

외로움의 착한 변신

by 구월애

요즘 유리잔 사는거에 꽃혀 있다.

가격도 착한데

심지어 실용적인 유리 글라스

항상 하나 사서 쓰다가 맘에 들면 하나 더사오고

그러다가 좀더 변형을 주면서 싸이즈별로 사기도 하고

미니널리즘을 추구해야 하는데

나는 자꾸 뭘 더사서 집에 쟁여 놓는다.

이게 나의 병이다. ㅠㅠ

난 나의 중독성을 지극히 잘 알고 있는 인간이라

어느정도에서 멈추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정말?)

딱 다섯 종류만 샀다.(ㅋㅋ)

가격은 1불부터 4불까지.

가격이 착하다는게 이유이면 안되는데…


사실 쇼핑의 이유를 잘들여다 보면

원인은 갖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사실 외로움에서 오는 습관 같은거다.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을

싸고 기분 좋은 유리글라스로 대신 조금씩 채우는 내모습을 보고

‘괜찮아 그럼 어때’

‘그렇게 시간은 가고 넌 채워지고 있는거야’

‘그렇게 또 유리잔으로 외로움이랑 맛바꾸고 있는거야 잘하고 있어’

내안의 내가 이렇게 토닥 거려준다.


이곳에서 26년을 살았는데

(절대 나도 내가 여기서 이리 오래 살지 몰랐다)

너무 할 정도로 오래 살다보니 외로와 진건 당연 했던것 같다)

가족 친구 없는 곳에서 절친 하나 없이

대충 친구라고 이름짓고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 왔지만 정이 있는 호주애들은 사실 없다.

정은 한국인 정서니까

당연히 없는거다.

없는 걸 인정하면 의외로 사는 방법은 쉽다.

기대를 하는 일이 없으니까

냉정하거나 슬플수도 있는 이야기 이지만

삶은 현실이니까

그리고 아직 여길 떠날 대단한 이유나 용기가 없다.

내집이 있고 아직도 풀타임으로 일하는 직장이 있고, 내가 가족으로 돌보는 노견들이 있다보니

다버리고 떠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내가 한건 잠시 행복을 주는 쇼핑이었다고나 할까?

리테일 테라피!

Retail therapy

뭔갈 사거나 쓰면서 치유를 받는다는 말로

사용하기도 하고 돈 쓰는 핑계를 우아하게 저렇게 치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게 여행이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혼자서 멋지게 여행 다니는 걸 용기 있게 많이 못해봤다.

대신에 난,

컵, 주전자(pot), 찻잔, 다양한 차, 술잔도 사보고,

그러다가 그릇, 수저, 젓가락, 과일 포크, 작은 용기

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사고,

온라인으로 오더해서

오기를 기다리고 (이게 얼마나 설레이는지 모두들 잘 알고 있지 않나?)

선물 줄 것들도 사서 그것도 기다리면서

작은 리테일 테라피 (retail therapy) 을 해왔던 것이다.

키친의 한켠에 잘 정리해서 넣어두고

손님이 오거나

우아하게 먹고 싶을 때 사용한다.


외로움이랑 이쁜 것들이랑 바꾼거다.

이 찬장 한공간안에 내 외로움이 이쁜 컵이나 다기나, 주전자로 변신해서 착하게 살고 있다.

색도 총 천연색으로 말이다.

이 공간을 열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보석함을 여는 것처럼

저기에 여러가지의 차를 만들어 마시면

기분까지 좋아지니

이정도 테라피면 근사하지 않은가.


외로움을 좀 근사하게 바꾸는

소액의 리테일 테라피가 외로움이 쌓여서 힘겹게 비싼 돈을 내고 상담을 받거나 약을 먹는 것보다 백배는 낫다.


스스로 자랑스러워 해볼란다.

난 이만큼의 외로움을 저렇게 이쁘게 바꾸어서 모아 놓은 거야.


잘했다.!

토닥토닥!

내가 스스로 어깨를 쳐준다.

넌 오랫동안 잘 버티고 성장해 온거야!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