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는 이가 영어와 함께 사는 일이란
새벽 5:27분이면 알람이 울린다.
깨어나 영어 책을 읽기 위함이다.
부석부석 눈을 비비고 책을 펴고 순서대로 전화기에 대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전화기 속의 사람들은 귀를 세우고 듣기 시작한다.
처음엔 새벽 기상을 위해 1년이 넘도록 영어책 읽기를 시도했었다.
습관은 좋은 거라
울리는 알람에 무겁지 않게 꿈쩍 눈을 뜨고,
따스한 침대 안에서 자세를 바꾸고 등을 켜고,
전화기로 줌을 켜서,
시드니 어디 곳곳에 깨어 있는 지인들과 함께 30분 동안 책을 읽는다.
요즘 읽고 읽는 책은 쉬운 것 같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이런 어려운 책을 읽을 땐 한글 책을 뒤져 함께 조금씩 같이 읽는다.
영어 단어를 찾아 해석을 하기보다는 잘 번역된 한글 책을 읽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아무리 오래 산 나도,
밥 벌어먹기에 필요한 영어만 잘하지 문학이나 모든 영어에 완벽한 사람이 아닌지라
이렇게 미국계 영문학 선생님이셨던, 스님이 되신 페마 쵸드론의 책을 다 이해하면서 읽는다는 것은 내게는 역부족이다.
해외에 오래 살면서 영어 제대로 못하는 이들보다는 훨 낫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죽을 때까지 영어에 대한 노력은 내려놓지 않는다.
내가 만든 습관 중에 앞으로도 주욱 이어나갈 좋은 습관, 지인들과 함께 새벽에 어려운 영어책들을 읽어 내는 것이다. (매일 365일 읽으면 지치기에 야들 방학 때는 쉰다. 이게 더 효율적임을 알게 됐다. 52 주중에 8주 정도 방학 때마다 2-3주씩 쉬면서 읽는다. 쉬어 주어야 또 읽게 되니까. 길고 가늘게 가는 방법을 택해 재미로, 또 취미로 가고 있다. 하지 않는 것보다 이 방법이 훨씬 좋으니까)
3-4명이서 이 정도의 분량을 읽어내면서 일주일에 5일 동안 읽어낸다. 그리고 주말엔 쉰다. 얼마나 쉬운가. 가벼운 챌린지 아닌가.
이 책을 다 이해하든 아니든, 읽는 사람의 결정이지 다이해 했는지 단어의 뜻들은 아는지 굳이 묻지 않는다. 몇 년 동안 잘 읽어온 지인도 있고, 올해 새로 도전해보는 지인도 있고, 너무 어려운데 끈기를 가지고 계속 도전하는 지인도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나와 거쳐간 많은 지인들이 있다.
되도록이면 해를 바꿀 땐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기도 한다. 새로운 멤버의 실력이 느는 걸 보면 은근히 좋기도 하고 어떻게 사람들이 영어 읽기가 늘어 가는지 일 수 있어 배울 점도 있다.
전공영어 읽기도 몇 년 해보고
경제, 문학, 종교 책들을 두루 읽으면서 낯선 단어들을 마주 한다.
너무 모르는 단어들이 많다.
완벽주의를 꿈꾸면 열등감에 빠지니
완벽주의를 버리고 그냥 되는대로 꾸준히만
단어를 읽어낸다는 마음으로 읽는다.
읽다가 이해하면 좋고
궁금하면 한글 책 찾아보고
또 궁금하면 사전도 찾아보고
구문이나 문장도 이해하려 해 보고
해외에 산다는 이유 때문에
이수고를 기꺼이 하고 산다.
내가 알아야 하는 의무와 책임 등을
단지 영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내 권리와 의무를 알고
보호받기 위해서
여기에서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이 알맞은 말임을 실감한다.
서양 세계에 살아 보니
모르는 것이 죄가 됨을 알게 된 후로
나는 나를 잘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살고 있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1인가구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해야 하는 1인가구.
혼자인 만큼 시간이 많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쉬는 날 오전에
커피 만들고 과일 깎아서
부엌 옆에 있는 식탁에 앉아
오래된 집 뒷마당으로 비치는 햇살을 보면서
0.3mm 펜으로 줄 그어 가며 스스로 질문을 써가며 읽어본다.
페마 쵸드론에게 배우는
화살을 꽃으로 바꾸는 방법이 무엇인지…
번민이 많은 평범한 속세인이 얼마나 이해하는지 궁금해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