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은 내 맘속 같아서

맘먹었으면 해내야지.

by 구월애

강아지 두 마리와 살기 위해

오래전에 목 구녕이 꽉 차도록 대출을 받아

전에 다니던 직장 근처에 작은 집을 샀다.

정말 작고 오래된 집.


작은 앞마당과 뒷마당이 있고,

강아지 두 마리가 짖어도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

코너에 있는 집에서 셋이 행복하게 살고 싶었으니까


숨을 못 쉴 정도로 일을 해서 대출을 갚아 나가야 했고,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대출이라 투잡을 뛰다가 아프기도 했지만 난 열심히 살았다.


중간에 작은 강아지도 아파서 하늘로 보냈지만,

또 한마리를 입양해서 (큰 애기가 동생을 잃고 우울증을 앓았는데 셋째를 입양 하고 우울증이 나았다)

다시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래도 가끔 뒷마당에서 아이들과 햇볕 쪼이기도 하고 아는 동생들이나 친구들을 초대해 좋은 시간들도 가졌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게 됐고 내게 남아 있는 건 노견 두 마리와 날 살게 해 준 백 년이 넘은 이 집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뒷마당 문을 열 때마다 잔디인지 숲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변해갔다.


쓸데없이 바쁜척하고 살면서

뒷마당을 돌보지 않았다.

오래오래… 방치해 둬 버렸다.

괜찮다고 하면서…

나는 괜찮다고 하면서…


가끔 너무 무성하게, 감당이 안될 정도로

자라 버린 잡초와 잔디를 보면

그게 나를 보는 것 같아 외면 하고 싶었다.


마치 무기력해진 내 모습이

게으른 내 모습이

사랑받지 못하는 잔디가 마치 나인 것 같아서

미안했다.

나도,

내 집도 알뜰살뜰 돌보지 못하면서

남들을 돕는다고

오지랖을 떠는 나를 보면서

더 미안했다.


내 안의 내면 아이가

말했다.

‘이젠 널 돌봐야지’

‘네가 남에게 배려하는 것처럼 남들도 너를 그렇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

‘누군가 너에게 관심을 너처럼 줄 거라고

기대해서도 안돼.’

‘그냥 내가 스스로 널 돌봐야지’

‘다 내려놔’


나를 돌아보지도 못한 내게 미안했다.

직장에서도 직장 밖에서도 말이다.

그 많은 상처를 받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그 모습이 고대로

내 방에,

내 뒷마당에 보인 것이다.


내방이 나라고 했다.

뒷마당도 나의 삶이다

엉망이었다.


한국으로 휴가차 도망갈 것이 아니라

뒷마당을 치우고

내방도 정리하고 안 입는 걸 버리기로 했다.

무기력감이 심한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청소,

나와 내 주변, 집 안과 밖을 치우고 정리하는 것.

뽑고, 또 뽑고 자르고 땅을 파고

할 일이 많았다.

매일 몇 시간씩 욕심부리지 않고

꾸준히 매일매일 해나갔다.

잡초들을 죄다 뽑고


유기농 에코 메트를 25만 원이나 주고 사 왔다.

그리고 죄다 깔았다.

며칠을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에 몇 시간씩…

정리하고, 자르고,

나무에게 고맙다 말하며 보내주고,

자르면서 안녕을 해주고,

정리를 했다.

그리고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메트를 깔아 주었다.

이름도 모르는 저 화초는 도저히 내 힘으로는 뿌리까지 잘라내지는 못했다.

고집스럽게 깊고, 질긴 화초가 한 번에 완벽하게 파 질리가 없지( 난 그래도 천천히 다 파낼 것이다)


5일 동안

나와의 약속을 지켰고 해냈다.

저 쓰레기들을 보니

내 무기력과

내 우울함이

두꺼운 쓰레기 봉지에 쏙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나의 무기력과 나의 게으름을…

난 저만큼이나 버렸다.

난 감동스러웠고 뿌듯했고

나는 내가 대견했다.


나는 더 이상 무기력하지 않다.

나는 우울하지도

게으르지도 않다.

잡초 없는 정원,

잘 깎인 잔디,

내 마음이 장리가 된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말이지.


그래 조금만 더 힘내자.

빨리 치우고 내방도 정리해야지.

안 입는 옷, 신발, 안 쓰는 이불을 내일 다 버릴 거다.


나의 내면의 아이는 요 며칠 힘들다.

약해진 내면 아이는 달래주고 싶고,

용감한 내면 아이에겐 용기를 주고 싶다.


‘그래 뭐!’

‘세상 별거 있나. 잘 살아내면 그만이지’


그래

청소부터 하자.

그게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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