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까... 아파트 살 때지.
퇴근하고 집에 와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니
아들녀석이 방에서 놀다가
엄마가 아빠오셨네~ 하니까
환한 얼굴로 아빠~ 하면서 뛰어오더라고.
근데 쿵쾅대는 소리가 크게 나니까
순간 뛰지마! 뛰지마! 하고
소리를 질러버린거야.
그때즈음 층간 소음으로
위아래집이랑 엄청 싸웠을 때거든.
근데 달려오던 아이가 깜짝 놀라
그자리에 서서 울더라고.
앗차! 싶었는데...
이미 늦어버린거지.
어찌나 미안한지...
그날 밤 아내랑 아이가 잠든 사이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어.
그래서 베란다로가서
바깥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봤지.
담배라도 있었으면 피웠을지도 몰라.
새벽시간 도로는
쥐죽은듯이 조용했고
도로엔 지나다니는 차도 없이
가로등 불빛만 환하게 빛나고 있었어.
생각이 많아졌어.
무엇일까...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왜 나는 그때 아들녀석에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하니 아들에게 또 미안해져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어.
밤은 깊어갔고
내쉬는 한숨처럼 고민도 깊어갔지.
아이들이 뛰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야.
그건 애들의 본능이지.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야.
근데 아파트는 그 본능을 죽이며 살라해.
이상하지.
맘껏 뛰지 못하는 집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는
내 안에서 커져갔어.
그런 한(?)을 품고 아파트를 나와
작지만 맘껏 뛰놀수 있는 단독주택에 오니
이제는 추억속에 한 장면이 되어버렸네.
그래도 베란다에서 보았던
멋진 야경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긴해.
이젠 아무리 뛰어다녀도 뭐라 할 사람 없는
그런 곳에서 살지만
가끔 그때 새벽에 바라본 거리 풍경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