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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여행기 #2

by Flywan

여행일정 : 3박 4일 / 1일차



인천공항 > 후쿠오카공항 > 호텔행 버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도로바닥에 비가 온 흔적이 있다. 혹여나 비가 오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워는데 막상 밖에 나오니 하늘은 약간 맑게 개어있었다. 양손가락을 지문스캐너에 댄다. 한참을 뚜닥거리며 뭔가를 입력하던 직원이 살짝 웃으며 여권을 준다. 남의 나라에 오면 이 때가 가장 긴장된다. 죄지은 것도 없이 괜히 사람이 위축된다고나 할까. 나 역시 가벼운 목례후 밖으로 빠져나온다. 아내와 아이도 비슷한 때에 같이 나왔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의 시작이다. 후쿠오카 공항 1층은 그다지 넓지 않았다. 여행다닐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인천공항만큼 좋은 곳이 거의 없다. 유일하게 한 곳. 싱가포르 공항 빼고. 캐리어를 끌고 공항밖으로 나온다. 날씨는 생각외로 나쁘지 않았다.



후쿠오카 공항 모습
공항에서 나오면 만나는 가장 일본스러운 간판. 비로소 일본에 온 것을 실감나게 해주는 간판이다.



일단 호텔로 이동을 해야된다. 후쿠오카 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이 멀리 떨어져있어 국제선으로 도착한 사람들이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을 타려면 순환버스를 타고 국내선 쪽으로 이동해야된다. 이런 공항은 또 처음일세. 이 근처에 버스정류장 하나 만드는게 뭐 그리어렵다고 굳이 순환버스로 이동을 하게 만드나. 쩝. 캐리어를 들고 낑낑대며 버스에 오른다. 여행객들로 버스는 가득차있다. 공항 풍경이 늘 그렇듯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지만 여긴 더욱 황량한 벌판만 있는듯 싶다. 버스를 타고 대략 10분정도 가니 국내선 공항이 나온다. 다시 짐을 가지고 내려서 좌우를 살펴본다. 이 곳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근데 공항이 뭔가 이상하다. 공사용 칸막이가 길게 쳐있고 버스정류장이라곤 당최 코뺴기도 보이지 않는다. 이게 뭐지.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든다. 핸드폰을 뒤져 버스승강장 사진을 본다. 분명히 이 그림에 나온 버스정류장이 있어야되는데 없다. 헐. 갑자기 머리가 하애진다. 이거 뭐지.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봐도 우리가 탈 버스의 정류장이 안보이는 거다. 분명 자료검색에서 나온 1번 버스정류장이 나와야만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이정표가 한글로 쓰여있긴 했지만 도대체 버스정류장이 어디인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공항 주변을 왔다갔다하면서 주변 직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보아도 아그거. 저쪽으로 가면된다 라고 알려주긴하는데 아무리 봐도 그 자리에 사진의 버스정류장이 없는거다. 결국 임시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니 우리가 타야될 버스가 왔다. 한시간정도를 공항에서 낭비한 것 같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진의 버스정류장은 공사로 인해 없어지고 임시정류장이 세워져 있었던 것이였다. 시작부터 뭔가 잘 안풀린다.


국제선과 국내선을 순환하는 버스.


일본은 버스를 뒷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리는 시스템이다. 오호. 신기하다. 뭐 이정도야 괜찮다. 일단 타자. 뭐 호텔 앞까지 잘 가겠지. 일단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세네정거장을 지나고 나서야 아내가 아차! 하고 탄식을 내뱉는다. 왜? / 저거 안뽑았어. / 뭘? / 저거. 정리권. / 저게 뭔데? / 버스를 타자마자 뽑는거야. 저기 번호가 적혀있는데 그게 내가 버스를 탄 위치야. 책에서 봤는데 잊어버렸네. / 음... 그럼 지금이라도 뽑아야되는거 아닌가? / 그래도 되나? 잠깐 망설이던 아내가 정리권 기계에서 세 장을 뽑는다. 근데 그걸 본 뒷자리 할머니가 일본 말로 뭐라뭐라 말을 건넨다. 일본말로 뭔가를 말하시는데 뭔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다. 갑자기 당황스럽다. 네네. 알겠어요. 멋쩍게 웃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계속 뭐라고 궁시렁대신다. 아마 너희들 정리권을 늦게 뽑았으니 이따 내릴때 기사에게 이야기를 해라 라는 말 같다. 버스 앞쪽에는 큰 모니터가 있고 숫자가 적혀있는데 그 밑에 요금으로 추정되는 세자리 숫자가 적혀있다. 아내와 둘이서 한참을 쳐다보다 보니 뭔가 이해가 탁 하고 되어졌다. 저 번호가 정거장 번호고 밑에 있는게 요금이구나. 이해가 되어졌다.


뒷문에 설치된 정리권의 모습. 구멍에 튀어나온 종이를 뽑아야한다. 종이에는 내가 탄 역의 번호가 찍여힜다.
정리권에 나온 번호와 모니터상의 번호를 맞춰보면 현재 내가 내야될 요금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 일어-영어-한글이 제공된다.


일본 버스타는 법

관광객이 버스를 타는 방법은 패스권, 즉 일정 기간내에게 어떤 버스든 마음대로 탈 수 있는 패스를 통해 타는 것과 현금을 내는 방법이 있다(물론 현지인들은 대부분 우리처럼 카드를 찍고 다닌다) 현금을 내고 타는 방법이 우리네와 다른 형태를 가진다. 일단 버스를 타려면 뒷문으로 탄다. 그럼 문 양 옆 또는 한쪽 옆에 정리권이라는 길쭉한 기계가 있는데 문이 열리고 사람이 타면 작은 구멍이 열리며 조그마한 쪽지가 튀어나온다. 그것을 뽑아야된다. 그 종이에는 내가 탄 정류장의 번호가 적혀있다. 버스가 떠나면 구멍이 닫히게 되니 잊어버리면 다시 뽑을 수 없다. 버스의 앞에는 큰 모니터가 있고 1번부터 번호가 적혀있다. 그 번호에 요금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것이 버스가 이동하면서 조금씩 바뀌게 된다. 즉, 내가 뽑은 정리권 번호가 3번이라면 모니터에 3번 요금만 보면 된다. 그리고 내릴때 3번에 표시된 요금을 통에 넣고 내리면 된다. 만약 정리권 뽑는 것을 잊어버렸다면 내릴 때 기사에게 어디에서 탔다 라고 이야기하면 얼마 내라고 이야길 해준다.


버스안의 일본 사람들을 곁눈질로 관찰한다. 우리네 사람들이랑 딱히 다른점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일본인 스런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어르신들중 한분은 세로로된 책을 유심히 보고 계신다. 일본 사람들이 어딜가든 독서하는 습관이 있다고 하더니 진짜 그런가보다.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창밖을 응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마트폰을 보니 우리네것보다 기종이 다소 떨어져보인다. 피쳐폰을 들고 있는 친구들도 종종 있다. 버스 안 모니터에는 소니의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 광고가 나온다. 동남아에서 흔히 보이는 삼성, 엘지의 로고는 여기서 보이진 않는다. 버스에서 보는 도심의 풍경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뭔가 단조로운 건물들의 형태를 띄는 것 같다. 도로와 주변 건물들이 깔끔하고 차들도 바깥에 세워져있지 않다. 잘 정돈된 방을 보는 느낌이다. 간판도 어지럽게 붙어있지 않다. 꼭 필요한 내용만 간결하게 써있다. 우리와 다른 도시 풍경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버스안에서 책을 읽으시는 어르신 모습. 인상적이였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어느 정도를 지나니 하카타 역이 나온다. 버스를 가득 매운 사람들이 여기서 우르르 내린다. 여기가 중심지인가보구나. 다시 버스가 출발할 때는 버스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우리와 몇몇 사람들 밖에 없었다. 갑자기 묘한 썰렁한 기운이 흐른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제대로 가고있는 건지 확인한다. 버스 앞쪽에 정거장을 알려주는 전광판은 다행이도 한글이 표기가 된다. 일본어 - 영어 - 한국어 순으로 순환되어 표기가 된다. 한국어로 표기가 된다 한들 뭐 잘 모르겠다. 버스의 노선도를 알 수가 없으니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가늠이 안됐다. 그런데 신호대기를 위해 버스가 서서히 멈추더니 갑자기 시동이 부르르 하고 꺼진다. 어? 이거 뭐지? 잠시뒤 신호가 바뀌자 또 부르르 하더니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신호대기뿐만 아니라 차량 정체시에도 차가 멈추면 바로 시동이 꺼진다. 신기하다.


일본버스의 공회전금지

일본은 버스들은 공회전을 금지시키는 장치들이 장착되서 운행된다고 한다. 버스가 움직이다 신호대기등을 위해 정지상태에서 기어를 중립으로 놓게되면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고 다시 운행을 위해 클러치를 밟게되면 시동이 다시 걸리게 되는 그런 형태다. 환경을 위해 공회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내가 타본 모든 버스들이 그런것은 아니였지만 대부분 버스들이 공회전방지 기능이 달린 차량으로 운행되었다. 시동을 자주 걸고 끄는게 차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싶기도한데 어쨌든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일본사람들의 노력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어리버리 창밖을 보고있는데 버스 안 사람들이 점점 더 줄어든다. 이제 남은건 우리 가족 셋만 남았는데 버스가 정류장에 서자 아저씨가 우리를 부른다. 뭐래는 거야? 마지막..뭐 그러는거 같은데? 일단 튀어가본다. 버스기사분을 쳐다보니 라스트 어쩌고저쩌고 한다. 헉. 여기가 종점이라고? 부리나케 짐을 들고와 요금을 계산한다. 아... 우리 번호를 못뽑았어요. 어... 그니까... 에어포트. 그러자 기사분이 산쥬어쩌고 한다. 아 미치겠다. 말이 이해가 안된다. 돈은 지폐밖에 없는데 우물쭈물하자 아저씨가 지폐를 교환기에 넣고 동전을 교환한 뒤 넣어주고 잔돈을 준다. 아. 상큐. 이건 애니에서 봐서 알고 있다. 쌩큐를 상큐라고 발음하드만. 나중에 보니 대부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이걸 대부분 쓰더라. 뭐 그렇게 요금을 지불하고 내린다. 아. 우린 힐튼호텔을 갈껀데 어떻게 가요?(라는 표정으로 씨호크호텔? 이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손가락 네개를 펼치며 4번 버스를 타라고 한다. 오케이. 고마워요. 아저씨!


와. 여긴 어딘거야. 처음온 나라에 잘못탄 버스가 내려준 낮선 동네. 구글지도로 위치를 확인해봐도 당최 어딘지 모르겠다. /여기가 어디야? / 음... 공항에서 꽤 왔어. 중간 이상은 되는 위치인데. / 그럼 여기서 가는 버스가 있지 않을까. / 한번 찾아봐요. 구글지도가 이럴때 참 유용하다. 목적지인 힐튼호텔이 그리 멀리 있진 않다. 일단 길찾기로 검색을 해본다. 그런데 이상하게 4번 버스는 검색이 안되고 77번 버스가 검색이 된다. 희안하네. 4번이 있는게 맞는거야? 정류장에 붙어있는 버스시간표를 본다. 근데 뭔소린지 당최 모르겠다. 같은 번호가 여러칸으로 나눠져있는데 시간도 맞게 표시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알고보니 평일과 공휴일 시간이 다름을 표시해둔 거였다. 가만보니 우리 앞에 유모차를 끌고온 가족이 보인다. 말투를 보니 한국사람 맞다. 저들도 우리처럼 버스를 잘못탔는지 이번에 안오면 그냥 택시타자.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리도 여차하면 그래야될 형편인데. 일단 버스를 기다려본다. 3월 중순의 후쿠오카 날씨는 무지하게 춥다. 바람이 불어 체감 온도가 더 춥게 느껴진다.일단 건물 안쪽에 아내와 아이를 세워놓고 4번 버스를 기다린다. 30분이 지나도 당최 올 생각을 안한다. 그동안 유모차를 끌고온 가족은 버스를 타고 가버렸다. 혹시 그사람들도 힐튼가는 사람들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아까 그사람들 탔던 버스가 77번 아니였나? / 글쎄. 그런가 / 구글지도에 77번 타면 간다고 나온다며? / 응. 일단 그렇게 나오긴해. 4번 버스는 안나와 / 그럼 77번 타고 가자. 다음에 오게되면. 결국 40여분 가량 기다린 끝에 저 멀리 77번 버스가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는게 보인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는다. 이번엔 제발 맞기를. 불안한 마음에 계속 구글맵을 쳐다보며 경로를 확인한다. 지도의 점이 동쪽으로 향하다 북쪽으로 향한다. 웬지 맞는길로 가는 것 같아 안심이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뒤 모니터에 다음 정류장은 힐튼씨호크호텔 이라는 표시가 뜬다. 오. 맞게 왔구나. 다행이다.


휠체어 장애인을 태우는 기사아저씨. 이 부분은 굉장히 감동적이였다. 출발이 지연됐지만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버스 뒷쪽에 위치한 비상구


안전을 위한 일본의 버스문화

일본은 버스 하차시 우리나라처럼 미리 일어서서 기다리면 안된다. 안된다라는 법은 딱히 없는데 버스 하차시 미리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 관광객들이다. ㅎㅎ 대부분 일본사람들은 차량이 완전히 정차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고 버스기사 역시 버스 승객이 좌석에 착석하는 것을 거울로 확인한 뒤 출발한다. 또한 내릴 때도 앞사람이 요금 정산을 위해 시간을 지체하더라도 뒤에서 서두르거나 먼저 앞질러 가거나 하는 것이 없다. 버스를 현금으로 타야디는 우리로썬 요금 계산시 다소 시간을 소요했는데 눈치같은 것이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가장 인상적이였던 장면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태울때 였다. 버스가 정류장에 섰는데 기사는 안보이고 뭔가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뭔가하고 보니 휄체어를 탄 장애인을 기사가 직접 받침대를 설치해 태우고 차량에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단단히 고정시킨 후에 다시 버스가 출발한다. 이건 진짜 감동이였다. 또한 장거리를 운행하는 좌석버스? 이런 버스는 뒷쪽에 비상탈출용 문이 따로 존재한다. 차량 유리가 비상문 형태로 되어 있다. 비상시 탈출이 용이하도록 크게 표지판으로 표시되어 있다. 지진으로 인한 재해를 많이 겪은 나라여서 그런지 이런 안전시설에 대한 인식들이 잘 갖춰져있는 것은 참 배울만한 점인듯 싶다.





- #3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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