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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여행기 #5

by Flywan

라멘집에서 나와 다시 호텔로 향한다. 하카타역 1층으로 내려와 찬찬히 둘러보니 다양한 식당과 가게들로 가득차 있다. 돌아다니다보니 길게 줄이 서 있는 빵집이 하나 있다. 멀리서부터 고소한 빵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던 그곳이다.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차려는데 아내가 카페에서 본 곳이라며 여기 빵이 맛있다고 한다. 그래? 그럼 한번 먹어볼까. 길게 늘어선 줄의 끝에 가 서본다. 줄은 길지만 계산대의 빠른 손놀림에 금색 줄어든다. 여러가지 품목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크로와상. 오리지날, 고구마, 초코 세 가지 맛을 판매한다. 특이하게 그램 단위로 판매를 하는데 갯수로 달라고 해도 준다. 100G당 약200엔정도. 대략 1개당 1000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 하카타역사에 들어서면 이 빵집 냄새때문에 도저히 안사먹을 수가 없다. 4개를 샀는데 담아주는 비늘봉지가 특이하다. 옷가게에서나 주는 백에 담아주네. 굳이 이렇게까지 ㅎㅎ 나중일이지만 다른거 먹고 배불러서 크로와상은 제대로 맛을 느끼진 못했다. 맛은 있는데 딱히 대단하다는 느낌이 덜오더란 말이지. 하카타역을 나와서 다시 호텔로 가기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20170316_163952.jpg 하카타역에 들어서면 압도하는 냄새를 풍기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거리 풍경을 관찰한다. 일본에 도착한 후 이런저런 사람들과 풍경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우선 길거리의 사람들을 보면 유난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다. 날씨가 쌀쌀해서 감기 때문에 착용했다 라든지 미세먼지 때문이라 라든지... 이렇게 말하기에는 좀 과할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착용하고 있다. 뭐지. 방사능 때문인가. 미세먼지라고 하기엔 날씨가 너무 좋은데.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전 연령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게 보인다. 버스기사들도, 택시 기사들도 마찬가지. 거참 희안하네. 길거리를 다니면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래서 검색을 좀 해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일본인들에게 마스크는 일종의 패션 아이템 같은 거라고 한다. 시계나 팔찌, 귀걸이 같은 그냥 소품인거지. 그냥 다니기 좀 밋밋하니 그냥 마스크 같은걸 착용하고 다닌다. 또 다른 이유는 일본에 삼나무를 많이 심어놓은 탓에 삼나무에서 나오는 꽃가루로 인해 알러지에 걸린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음... 그래서 그런거구나. 근데 도심이라 딱히 그런건 잘 모르겠던데. 좀 더 찾아보니 이런 이야기가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여러 이유들 중 하나는 일본인 특유의 성격에서 비롯된 경향도 있다. 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림으로써 내 자신을 타인에게 덜 드러낼 수 있고 그것으로 인해 대화나 행동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되어진다는 것이다. 아하. 이거 웬지 설득력이 있다. 원래 일본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매우 인색하다고 하지 않는가. 개인적으로는 이게 더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그렇구나. 재밌네. 하긴 마스크를 쓰면 불편하긴 하지만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좀 더 불편함을 덜 느낀다고나 할까. 그런게 있긴하지. 이해가 되어졌다.


길거리에서 본 또하나의 독특한 풍경은 자전거 인구가 생각외로 많다라는 것이다. 우리네처럼 운동을 위해 타는 자전거가 아닌 이동수단으로 돌아다니는 자전거가 많다. 특히 여성들의 자전거 이용률이 꽤 높다.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의 옷차림을 보면 대부분 갖춰입은 옷차림들이 많고 심지어 치마를 입고 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힐을 신고도 자전거를 탄다. 또한 아이 엄마들이 뒷좌석에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것도 흔하다. 이런 것들을 볼 때 일본에서 자전거는 출퇴근 뿐만 아니라 이동수단으로써 역할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워낙에 대중교통비가 비싸니 그럴만도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따로 자전거 도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인도를 주로 다닌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와 부딪힐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아이의 경우 주변 시야폭이 좁으므로 특히 조심해야된다.

page1.jpg 길거리에 보이는 자전거들. 특히 여성들이 타고 다니는 것이 많이 보인다
cats2.jpg 길거리에서 이런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 가게에 붙어있는 포스터 하나가 눈에 띈다. 청년, 중년, 그리고 여성 세명이 밝은 표정과 함께 달려나가는 포즈가 찍혀 있다. 밑에서 위로 올려다 보는 각도. 시선은 앞을 향하면서 얼굴에는 살짝 미소를 짓고 있다. 어떤 목표를 향해 자신있게 나아가는 모습이다. 그래. 오늘도 한번 화이팅 해보는 거야. 이런 분위기랄까. 일본의 TV광고나 드라마도 이런 비슷한 종류의 내용들이 많다. 호텔에서 본 비슷한 류의 드라마를 본 기억이 나는데 딸아이와 둘이 사는 아빠가 직장에서 무시당하며 살지만 딸아이의 당찬 응원으로 힘내서 다시 새 직장을 알아보고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같이 애닳아하면서 응원해주는... 흡사 전차남이라는 드라마 분위기와 매우 흡사함을 느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뭐랄까... 그래. 삶이 힘들고 고단하지만, 다시한번 힘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이런 느낌이였다. 이런 것들이 일본 사람들 특유의 문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20170316_121424.jpg 뭔가 일본스러운 느낌이 났던 가게의 포스터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보니 두시간 이상 걸어다니는 것은 절대무리다. 호텔과 가까운 곳으로 구경을 다니고 들어와 쉬어주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많은 것을 더 보고 경험하고 싶지만, 아이의 컨디션에 맞추어 여행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 그래도 괜찮다. 여행의 궁극적 목적이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느낌을 얻는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는가. 낮선 땅에 함께 여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이도 이런 느낌을 알기 때문에 여행을 생각하면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사실 아이가 어릴 때는 목적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엄마 아빠와 함께 다닌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되는 것이니까.


저녁시간이 되어 다시 호텔 밖으로 나온다. 3월의 후쿠오카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지리적으로는 부산보다도 밑에 위치하는데도 바깥 바람은 매섭다. 저녁을 먹기위해 텐진 역 부근 쇼핑몰을 돌아다니기로 한다. 몇시간 쉬고난 뒤라 아이도 다시 기력이 충전되어 신나게 거리를 돌아다닌다. 우리보다 앞에서서 지그재그로 뛰어다니면서 기분 좋은 느낌을 표현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도 즐겁다. 아이와 함께 여행다니면 크게 효율적인 여행은 되지 못하지만 아이가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낮선 텐진의 밤거리를 함께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은 충분히 행복했다.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는다. 아이에게도 지금 이순간의 기억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겠지. 그거면 충분하다.


일본에 왔으니 꼭 먹어보야되는 음식이 돈까스가 아닐까 싶다. 라멘은 점심때 먹어봤으니 이번엔 돈까스를 먹어보자. 호텔에서 5분 정도 걸어나오니 텐진역이 나온다. 우리로 치면 명동과 같은 곳이라고 한다. 역 주변에는 큰 백화점과 버스터미널, 쇼핑몰들이 위치해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맛집은 솔라리라 라는 쇼핑몰 지하에 위치해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자 다양한 가게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일본의 쇼핑몰 지하에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검색한 가게를 찾았다. 한국어 메뉴가 제공된다고 해서 찾아온 곳이다. 가게에 들어가니 라멘집에서처럼 친절한 목소리로 직원이 자리를 안내한다. 잠시후 메뉴판을 갖다주는데 일본어 메뉴판이라 뭐가 뭔지 모르겠다. 저...스미마셍. 한글메뉴판 있으면 좀 갖다줄래? 아. 그래. 잠깐만. 잠시뒤 코팅된 한글메뉴판을 갖다준다. 아. 이제야 주문좀 할 수 있겠네. 그런데 메뉴를 봐도 딱히 어떤 종류의 돈까스인지 잘 모르겠다. 뭐 그냥 정식 시키면 되지 않겠어? 각기 다른 돈까스 정식 두개를 시킨다. 주문을 받은 직원이 가고 가게 내부를 찬찬히 둘러본다. 특별히 독특한 느낌의 인테리어는 아니다. 좌석은 몇번의 일본 식당에서 본 것과 같이 2인 테이블이 많다. 그곳에서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절반정도는 되는 것 같다. 혼밥을 먹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풍경이다. 이런건 참 좋다. 우린 푸드코트 같은데가 아니면 이런 식당에서 1인분 시켜 혼자 밥먹는게 다소 어색해보이지 않는가. 결혼전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기위해 포장음식점을 찾아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식당에 들어가 혼자 밥먹을 용기는 나지 않아서 근처 포장음식점에서 음식을 사와 방에서 혼자 먹곤 했었다. 일본의 식당이나 편의점들은 이런 혼밥족을 위해 최적화된 동네 같다.


잠시뒤 깨가 담겨져 있는 작은 종지와 공이를 가져다준다. 어. 이건 뭐지? 아. 왜 깨 갈아서 넣어먹으라는 그건가보다. 그러네. 가끔 돈까스집에 가면 이런거 주는데가 있던데. 아이는 신기한지 공이를 잡고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한다. 지지직~ 깨가 갈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얼마뒤 돈까스가 나왔다. 내것은 약간 국물이 자작하게 깔려있고 약간 덜익은 계란과 함께 있는 돈까스. 아내와 아이것은 일반적인 안심돈까스가 나왔다. 내것만 딱 일본스럽다고나 할까. 그런데 막상 살펴보니 뭔가 투명한 끈적이는 것이 보인다. 어... 이거 계란 흰자인거 같네. 노른자쪽만 익혀서 준건가. 나 날계란 못먹는데. 쩝. 웬지 반쯤 실패를 먹고가는 느낌이다. 원래는 밥에 착! 얹어져있는 돈까스를 생각했는데. 뭐 할수 없지 일단 먹어보자. 돈까스를 들고 한입 베어물어본다. 바닥에 깔린 자작한 국물이 간장을 이용해 만든 건가보다. 돈까스에 베인 맛이 짭조름하다. 한번 먹고나니 저절로 하얀 쌀밥에 젓가락이 간다. 이래서 밥이랑 먹게되나보다. 좀 짜긴한데 흰쌀밥이랑 먹으니 나쁘지 않다. 아내한테 한개 건네주니 많이 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일본 음식들이 은근 짠 맛이 좀 강하다는 느낌이다. 희안하네. 생긴거 봐서는 싱겁게 먹을거 같은데. 어쨌든 맛있게 클리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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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다시 돌아온다. 이 호텔을 특별히 선택한 이유가 있는데 호텔내에 목욕탕이 있어서였다. 일본이 목욕문화가 발달한 나라라 그런지 호텔에도 목욕탕을 가지고 있는 곳이 꽤 있다. 아이와 함께 옥상 목욕탕에 갔다. 긴 복도 중간에는 여탕이 있고 맨 끝에는 남탕이 있다. 여탕의 경우 디지털키가 있어서 방키를 대면 들어가게 되어 있다. 입구에는 일본 특유의 파란색 천이 나풀거린다. 이게 있어야 뭔가 일본스런 느낌이 나는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우리네 목욕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옷장에 옷을 넣고 탕으로 가보니 앉아서 씻을 수 있는 샤워기가 5개 있다. 우리의 경우 서양처럼 서서 샤워를 하는게 익숙하지만 일본의 목욕문화는 앉아서 씻는 문화인듯 싶다. 뭐 공간이 크지 않아서 그럴수도 있지. 옆에는 일반적인 크기의 탕이 있다. 온도는 아이가 한번에 들어가기엔 약간 뜨거운 온도긴하지만 괜찮다. 따뜻한 탕안에 몸을 담그니 하루의 피로가 씻겨져나가는 느낌이다. 어둑한 탕안에는 잔잔한 스트링 악기음이 울려퍼진다. 가만히 눈을 감고 들어본다. 어. 익숙한 멜로디네. 아... 오버더레인보우구나. 가야금 소리 같기도한 악기소리가 탕안에 공명되어 귓가에 와닿는다. 목욕탕 구석에는 노천탕으로 나가는 문이 있다. 열고 나가보니 안쪽과 비슷한 크기의 탕이 하나 있다. 옥상이라 천정이 없어 밤하늘이 그대로 보인다. 아들녀석과 같이 탕안에서 별을 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일본 와보니 어때? / 응. 좋아 / 뭐가 젤 좋았어? / 포켓몬센터 / 다른건? / 음... 라멘집이랑 돈까스 / 그렇구나. 원조라 역시 다르지? / 응. 그러네. 그리고 또 한참 포켓몬 이야기를 해준다. 깜깜한 밤하늘에 찬공기를 얼굴에 느끼며 탕안에 앉아 아들녀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자슥. 참 많이 컸다. 이젠 제법 대화도 된다. 좀 더 크면 사회나 정치문제같은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애지 뭐. 뚱~뚱~ 하는 가야금 소리의 오버더레인보우가 밤하늘에 울려퍼진다. 조용히 눈을 감고 음악에 취해본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way.. up.. high...

page55.jpg 칸데오 텐진호텔 옥상에 있는 목욕탕. 크지는 않지만 우리네 목욕탕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다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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