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1700원의 의미

by 유월의햇살

오늘 아침, 서면에 있는 학원에서 수업 관련 논의가 있어 급하게 버스를 탔더랬다. 생각보다 급하게 허둥지둥 거리느라 나도 정신이 없었던 터, 급하게 버스에 올라 요금을 내려고 하던 찰나였다. 버스카드를 인식하는 곳에 카드를 대려고 할 때 나의 앞에 계신 어느 할머니는 기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나, 할머니는 버스비 1700원이 없는 상태였던 것 같고, 기사분은 할머니를 태워드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마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셔야 하는 상황인듯 하였는데, 나는 버스 카드를 찍고 자리로 가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어떤 고민도 하지 않았었다. 저런 경우라면, 내려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셔야 겠구나,, 라는 정도의 생각을 짧게 하였다. 그 때였다. 중간 정도의 자리에 앉아 있던 어느 중년의 남성이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 드리면서 이 돈으로 버스비를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잠깐 머리가 어지러웠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 같은 이런 광경이 사실 요즘 시대에서는 보기 드물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서 보이는 광경이라니, 거기다가 더 충격적인 일은 그 와중에 또 어느 분이 그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채 자기 돈을 꺼내어서 그 할머니에게 주려고 말을 건네던 것이었다. 나는 또 한번 머리를 맞은 듯 했다. 나는 현금이 없긴 하였지만, 그 돈이 있었더라도 주려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내가 그 정도의 여유나 선행을 하지 못하던 사람이었던가? 라는 자문을 해보았는데, 나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나 혼자 잘났다고 내가 판단한 기준의 부합하는 기부나 봉사를 해오면서 일종의 득의감을 맛보고 살아왔었다. 하지만, 세상은 이렇게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 속에서 이어나가고 그 삶을 살아오는 사람들 속과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던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자리에 앉아 멍해진 머리 속에서 잠시, 나의 모습을 부끄러워 하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내가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


오늘의 일을 계기로, 나는 앞으로 내 앞에서 펼쳐질 사소한 도움의 순간을 지나치지 않을 수 있는 내 순수함을 찾고 싶다. 그랬던 나를 그리며, 다시 그때의 나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볼테다.

세상은 분명히 살만하고, 나는 그런 세상을 만들 충분한 힘과 능력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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