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사랑이었다.
짧은 삶을 살아온 나에게 있어서 나의 개가 가르쳐줬던 이치는 단순하지만 강렬하였다. 언제나 자신 앞의 존재에게 투명했던 그를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산책하자라는 말만 들어도 호들갑을 떨던 녀석을 생각하면 나는 언제나 웃음이 머금어진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 앞에서 활짝 웃지도 못하고, 어둡고 무거운 표정을 억지로 지어야 했던 신입사원 시절이 생각난다. 무표정한 모습과 각 잡힌 자세가 좋은 태도라고 여겨졌던 그때의 나는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팔팔이는 언제나 솔직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 그리고 후순위는 언제나 나와 아빠였다. 가끔 오는 누나도 가족 구성원으로는 보는 듯했으나 압도적인 1순위는 엄마였다. 나머지는 사실 순위를 매기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였으니. 그도 그럴 것이 자신에게 밥을 주고 산책을 함께 가고 잘 때도 같이 자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데려오기만 했지 사실, 거의 함께 지내지 못하였다. 군대도 갔었고, 인도도 다녀왔고, 자취생활도 하였으니 말이다.
가끔 그 눈이 생각난다. 단추같이 검은 눈으로 나를 볼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좋았다. 내가 학교에 있거나, 군대에 있거나, 회사를 다니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나는 언제나 한결같은 형이었을 것이다. 비록 나는 삶을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해야 하진 않을까, 무언가 돼야 하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늘 바삐 서두르고 조바심 내었는데, 그럴 시간에 팔팔이와 더 산책하고 더 좋은 시간을 많이 나누었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팔팔이가 나에게 남겨주었던 이치는 분명하다. 사랑할 것, 그리고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할 것, 그리고 좋고 싫음을 명백히 표현할 것, 그리고 내 삶을 살아갈 것.
산책 가던 어느 날, 목줄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