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필로그

서예의 시작

by Sia

나는 서예를 7년 정도 배웠다. 7살때부터 15살때까지 배웠다. 초등학교 때 여느 친구들처럼 서예학원,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영어학원 등 4-5개정도의 학원을 다녔는데 다 그만두고 중학교 때 끝까지 배운 건 서예였다.

처음 서예학원에 가기로 결정된 날이 기억난다. 엄마, 아빠는 TV를 보며 앉아있었는데 TV와 부모님이 앉아있는 그 중간에서 동생과 이상한 몸짓을 하며 놀고있었다. 팔, 다리를 꼬면서 점프를 계속 했고, 소리를 지르며 장난을 쳤던 것 같다. 그런 나와 동생을 보며 엄마와 아빠는 "쟤가 너무 산만하니까 서예 학원을 좀 보내면 어때?" , "필요해 보이네."와 같은 대화를 했다.

처음 다닌 학원은 진짜 큰 학원이었는데 지금 그 학원에 기억나는 건 그 큰 서예 책상 밑으로 들어가서 놀았던 내 자신이다. 사람들이 서예를 쓰고있는데 나는 책상 밑을 지나다니며 친구들과 장난을 쳤다.

피아노와 미술은 재능이 없었다. 피아노는 머리 속에서는 음들이 떠다니는데 건반과 매칭이 잘 안됐다. 그래서 선생님이 한 번 쳐주면 그 건반을 외워서 다시 쳤다. 미술학원 다닐 때는 <놀이공원에서>같은 자유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데 하얀 종이 한 판에 놀이공원의 모습을 담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그리는 놀이공원의 모습을 똑같이 그렸다. 확실히 미술과 피아노는 흥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서예를 재밌어서 7년이나 했던 것은 아니다. 그만 둘 이유가 없어서 다녔고, 서예대회에 나가서 상도 몇 번 받게되니 그만 두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미술과 피아노는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서예는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어서 어렵지않게 계속 상을 받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나는 서예라는 장르가 내 인생에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고 느꼈다. 그때는 온 신경이 대학을 가기 위한 성적과 대외활동으로 채워져있어서, 성적과 전혀 관계없는 학원을 7년이나 보낸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엄마 왜 서예를 7년이나 시켰어요? 그 시간에 다른 과외나 학원을 보내주지." 라고 했다.
엄마는 "인생의 큰 자산이 될거야. 니가 가진걸 부끄러워하지마."라고 했다.

10년이 지난 28살이 되어서야 엄마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되었다. 그리고 안국역에 있는 필방에 들러 문방사우를 샀다. 벼루, 붓, 먹 그리고 화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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