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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Nov 14. 2021

가마솥 추어탕 집에서 추어탕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유튜브에 추어탕을 만드는 과정을 상세하게 찍어둔 영상이 있어 흥분되는 마음으로 시청 버튼을 눌렀다. 추운 겨울, 추어탕 집에서 제피가루 뿌린 얼큰하고,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그 음식을 눈으로 먹을 수 있다니! 뚝배기에 담긴 따뜻한 추어탕에 뜨거운 흰 밥을 말아 한 숟가락 크게 떠먹는 마음 기대하며, 틀었으나 영상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어디서 잡혔을 지 모르는 수천마리의 미꾸라지들은 어쩐 일인지 아직도 살아있다. 미꾸라지들과 물이 1:1의 비율로 들어있어 진작 죽었어야 할 것만 같은데, 탑차로 배달 된 몇 박스의 살아 있는 미꾸라지들이 가마솥으로 와르르 쏟아진다. 그 위로 노란 고무장갑을 낀 아저씨가 굵은 소금을 와르르 쏟아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소리없이 고통의 몸부림을 친다. 약 20초. 미꾸라지들은 분명 소리를 내지 못하는 데 내 귀에는 미꾸라지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만약 미꾸라지들이 소리를 낼 수 있는 생선이었다면 사람들은 미꾸라지를 먹지 않았을까. 그 고통의 소리가 너무 끔찍해서 아마 이런 방식의 살육은 하지 않았을 지모른다. 서서히 몸부림이 멈추어가는 미꾸라지들 속으로 노란 고무장갑이 들어가 미꾸라지들을 주무른다. 돌려섞고, 우로 섞고, 좌로 섞으면 하얀 거품들이 나온다.

두번째 단계는 점액을 빼는 기계에 넣는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미꾸라지들을 보며, 숨이 오래 붙어 있는 것이 더 재앙이구나, 사람들이 수명을 연장하려는 것은 결국 다들 살만해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기계를 몇 분 돌고나면 하얀 점액들은 사라지고, 깨끗하게 몸이 씻긴 미꾸라지들만 남는다. 아마 이때는 모두가 죽어있는 것 같다. 그리고는 바로 끓는 물로 들어가 20-30분 정도 끓여진다. 미꾸라지탕 속으로 갖은 약재가 들어가고, 하얀 거품들이 다시 올라온다. 제발 그 때까지 살아있는 미꾸라지는 없길 간절히 기도한다.

미꾸라지들이 끓여지는 삼십분 간 사람들은 양파, 배추를 썰어넣고, 찹쌀과 양파 등을 갈아 고춧가루 등과 섞어 미꾸라지 양념장을 만든다. 그 사이 펄펄 끓는 뜨거운 물에서는 200인분의 미꾸라지들이 끓고 있다. 물을 채에 거르고, 이제는 즙기로 직행. 미꾸라지들을 통에 넣어 바짝 갈아 회색 빛깔의 미꾸라지 진액?을 만들어낸다. 시멘트 같기도 한 미꾸라지들의 살들은 잡혀왔던 그 미꾸라지의 형체를 조금도 예측할 수 없을만큼 갈기갈기 찢어졌다.

시래기에 양념장을 넣어 생들깨 간것과, 아까 간 미꾸라지진액을 부어 물과 함께 40분 정도 끓이면 추어탕이 완성된다. 이름조차 인간이 잡기에 미끄러워 미꾸라지라고 이름 붙여진 미꾸라지들, 그냥 나에게 한 그릇 추어탕이었지만 미꾸라지들에겐 물 속에서 살다가 갑자기 겪게 되는 참혹한 죽음의 과정. 오늘은 한 편의 지옥 간접 체험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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