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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와와입니다 Aug 29. 2024

추락 중의 풍경 1

추락 중의 풍경 1


처음 추락이 시작되던 때의 세상 풍경은 아주 푹푹 찌던 더운 날씨와는 다르게 매우 차갑고 추웠던 기억이 난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랐고 실제로 이런 마음으로 집에서도 또 억지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간 회사에서도 전부 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삶을 스스로 끊으려는 시도들도 이어졌고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혹은 뉴스에서의 사고 소식을 접할 땐 내가 저 사건의 피해자이길 꿈꾸기도 하였다. 물론 지금은 조금이나마 이성을 되찾아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지만 정말 심할 땐 매분 매초를 이런 생각들과의 싸움에 내면에서 계속 충돌이 있었던 듯하다. 물론 어떠한 사람들은 고작 그 정도 시련에 그런 생각을 하냐며 비난을 할 수 도 있고 나를 나약하다 생각할 수 있다. 나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 순간의 나는 나약했다. 

내리쬐는 햇빛도 내 피부를 스치는 바람도 모두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으며 내 세계는 180도 뒤집혀 있었다. 어지럽고 빠르게 변해가는 주변 상황들은 하나하나 적응하기 어려웠고 평소에 깊게 살펴본 적 없었던 내 스마트폰의 금융 어플들의 숫자들은 매분 매초 나를 괴롭혔다. 

급작스러운 나의 은둔 생활로 인해 주변에서의 연락도 간간히 오긴 하였지만 나는 그 연락들에 응답할 힘조차 없었다. 그 연락에 답을 하고 내 상황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 모든 사건들이 실제로 벌어진 일들로 확인을 받을 것만 같았던 기분이었다. 

어디서나 당당했던 나의 성격은 주눅 들고 구겨져 소심하게 바뀌어 있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여유가 없어졌다. 이전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차라리 다행인 거라고 믿고 살던 세상 문제들이 전부 돈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로 왜곡되어 보이기 시작했고 나와 가족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엄습해 오는 날이면 깊은 터널 내 손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갇힌 기분이 들곤 하였다. 정말로 내겐 끔찍하고 답답했던 지옥 같은 시간들이 한 달 이상 지속 됐던 듯하다.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스스로 이성을 조금씩 찾아 나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턴 새로운 것들이 또 느껴지기 시작했다.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난 요즘 내가 마치 유치원생이 된 기분이다.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벗어나 온전한 나의 판단과 책임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버텨내야 하며 내 등을 든든하게 받쳐주었던 지원 따윈 없어졌다. 누군가의 아들, 어느 집의 누구. 이런 보기 좋은 허울들은 모두 발가 벗겨진 채로 온전한 나로서 살아나가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매 순간이 두려웠다. 예상해 본 적 없는 상황들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정말 유치원에 처음 등원한 어린아이처럼 어느 구석에 혼자 앉아 울며, 어떠한 접촉도 거부했던 듯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중 마치 반 친구들의 도움, 선생님의 도움들처럼 나를 도우려는 손길들이 나를 일으키기 위해 나의 손을 잡아주기 시작했고 조금씩 이런 순간들이 경험으로 인식되는 전환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모든 것이 달라진 상황 속에선 다른 경험이 되어 다가왔다. 

고등학교를 졸업 하자마자부터 나의 발이 돼주었던 여러 대의 자동차가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했던 인생인가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으며 유학시절 남들이 1년이 걸려 모으는 돈을 한 달 동안 생활비로 사용하며 누렸던 풍족함들이 얼마나 거대한 축복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요즘 하루하루는 이런 새로운 경험들과 시각들의 연속이다. 물론 겪으며 낯설고 어색하여 처음엔 거부감이 들다가도 지금 이런 경험들이 나중의 단단한 나를 만들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아주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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