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낙하 일지

by 육당탕탕

최근 누나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매형과 조카도 함께 한국에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만나기 어려울 듯하다.


세상 어떤 가족보다 평범하게, 시련 없이 지내던 우리 가족은

돈이라는 문제 앞에 모두 무너졌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저 각자의 역할을 견디는 것 자체가 무리가 될 정도로..


누나는 매형과 시댁에 대한 미안함에 눈치를 보는 삶이 당연해졌고

그런 누나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끝없는 죄책감에 힘들어하시며,

손녀 얼굴을 보기 미안해하신다.

나는 그런 죄책감을 가진 부모님, 그리고 이미 눈치를 볼지 모르는 누나의

맘을 아프게 하기도 싫고 일말의 신경도 쓰이게 하기 싫은 마음에

보고 싶은 맘을 억지로 누르고 있다.


모두의 이런 각자 힘들어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마음은 여전히 쓰리고 아리다.

부모님도 누나도 매형도 조카도

뼈에 사무치게 보고 싶지만,

혹여 부담될까 내색하지 못하는

오늘의 마음은 무겁고 축축하다.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을 수 있다.

다만,

그들이 조금만 덜 아프기를.

그들이 조금만 덜 헤매기를.

그들이 조금만 더 웃을 수 있길.

그들이 조금만 더 빨리 일어날 수 있길.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낙하 중의 풍경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