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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중의 풍경 12

by 육당탕탕

쨍쨍 내리쬐는 햇볕,

버스에 탄 채 약수역을 지나며 문득 든 생각이다.

‘참 아름다운 세상일지도!‘

맑디맑은 날씨 덕분일지도,

그 순간에 날씨와 찰떡 같이 잘 맞게

듣고 있던 음악의 힘도 있었을 테고,

전날 잠들기 전 읽던 책의 어느 한 구절의 영향도 있었을 테고,

숨이 턱 끝까지 몰아 쉬어지도록

열을 내었던 전날 운동의 효과도 있었을 테지.


버스 안, 적당히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창가자리에 앉아 바라본 세상은 참으로 맑고 활기찼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차들,

카페에 앉아 얘기하며 웃는 사람들.

이 모든 게 날 위해 준비된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앞으로 살아가며 기분 나쁜 일, 어려운 일, 힘든 일.

물론 끝없이 마주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일들에 나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며

인상을 찌푸리기만 하는 일은 이젠 없을 것 같다.

삶의 무엇하나 배울 점이 없지 않고

그저 나쁘기만 한 일도 그저 좋기만 한 일도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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