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지금까지 써왔던 일지들을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한 편 한 편 글을 쓸 때는 그 순간의 생각과 감정에 가득 차 있어서,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복습 노트처럼 그 감정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게 참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문득, 이제는 '추락'이나 '낙하' 같은 단어들이
내 삶에 그렇게 와닿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한때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무섭고 정처 없이 추락하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을 지나 조금씩 시야가 넓어졌을 때쯤,
'삶은 결국 올라가고 내려가는 커다란 움직임을 반복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낙하하는 장면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낙하 일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또 다른 관점이 보인다.
나는 이제 상승을 기다리지 않는다.
삶에서 어떤 일이 상승이고 어떤 일이 추락이나 낙하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승이 꼭 좋은 것만도 아니고, 하강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때론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되기도 하며
이는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나의 상황 역시 때로는 상승으로 느껴지기도,
때로는 하강으로 느껴지기도 할 뿐이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나는 어쩌면 그저 물속에서 헤엄치듯 유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물속에서는 상승과 하강이라는 게
단지 깊이나 내 위치의 차이일 뿐,
좋고 나쁨이 따로 있지 않다.
얕은 물속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깊은 물속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닌 것처럼 말이다.
지금 내가 삶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이와 비슷하다.
어떤 것도 마냥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하진 않으며,
나는 그저 삶이라는 물속에서
위아래를 자유롭게 오가며 유영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유영 일지'라는 이름과 '유영 중 마주하는 풍경'의 제목이
지금의 내 관점과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