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보물 상자를 갖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금고에 넣어 잠가 두지만 작가들은 그것을 가까이 두고 수시로 열어 보지요.
어떤 보물이냐고요? 어릴 적 맘껏 뛰놀았던 추억, 처음 누군가를 보고 가슴이 두근두근했던 때, 친구들과 캄캄한 거리를 헤맸던 기억들...
-동화 작가 채인선의 하루 한 장 글쓰기 처방전 중에서-
내게도 보물상자가 있다면, 그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어릴 적 맘껏 뛰놀았던 추억?
음...친구들하고 놀긴 놀았지만 엄청 막 소중하지는 않다.
누군가를 보고 가슴이 두근두근했던 때?
없다.
친구들과 캄캄한 거리를 헤맸던 기억들?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있더라도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나의 보물상자에 들어있는 추억들은 뭘까.
혼자 있던 시간들
그 시간에 읽었던 책들
즐겨 듣던 음악들
어떤 일에 몰두했던 경험들
이거 아니면 안 돼!
라고 생각했던 치기 어린 시절
겁도 없이 세상에 발을 들이밀었던 것
그런 것들이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보물상자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