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과 귀찮음 그 사이
건조기를 사용하고 나서부터 집안의 수건이 더 빨리 나이 들어간다.
어떤 수건은 테두리가 너덜너덜 떨어져 나가기도 했고, 자그마한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오래 사용했으니 그럴 법도 한데.
보다 못한 남편이 수건을 새로 주문했다.
쓰던 거 다 버리고 싹 다 바꾸자고 하는 걸 반대했다.
낡아서 해진 수건이 이상하게 쓰기 좋아서.
새로 산 건 그것대로 좋았지만.
너덜너덜 테두리가 떨어져 나가 사이즈가 줄어든 수건이 물기를 머금는 걸 보면 묘한 쾌감이 인다.
그래서 우리 집 욕실에는 아직도 낡고 오래된 수건들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느 날, 주방에 걸린 키친 크로스를 보고 아이가 말했다.
"엄마, 여기서 냄새나요."
"그래?"
나는 코를 갖다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음. 뭐 좀 나는 것 같네.
"엄마, 이거 버려요."
아이의 말에
"삶으면 돼"
내가 말한다.
"어차피 안 삶을 거잖아요."
아이는 어쩜 나를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
"엄마, 제발 좀 버리세요."
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예상을 뒤엎고 한 번 제대로 삶아주겠어!
하지만,
아직도 그대로다.
커버이미지-우리 집 강아지
제발 좀 버리라는 강력한 메시지
올해가 가기 전에 정리할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