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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by 차분한 초록색

아이가 초등저학년 때 읽었던 책들을 요즘 다시 읽고 있다.

"이 책은 예전에 읽었을 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됐어요."

다시 뽑아 들고 온 책은 입센의 <인형의 집>


워낙 유명한 책이니 알고는 있지만, 실은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이었다.


아이가 다시 갖고 온 김에 나도 읽어봐야지 싶어서 후루룩 읽었는데, 첫 장부터 웃음이 빵빵 터지고 말았다.



"누가 콧노래를 부르나 했더니 나의 사랑스러운 종달새로군!"

"맞아요, 당신의 종달새가 지금 막 돌아왔어요."

"내 귀여운 다람쥐! 어디를 갔다 온 거야?"



이런 대사들이 막 튀어나오고 있었다.

우왓! 이게 뭐지?

원래 이런 거였어?


내가 웃으니까 아이도 같이 웃는다.



남편 헬메르가 노라에게 돈을 건네며 하는 말.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종달새가 우리 집에 살고 있군. 귀엽고 사랑스러우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이가 말한다.

"나는 노라보다 돈이 더 많이 드는 종달 새지."


남편을 여의고 고생하며 살고 있는 친구 린데부인이 찾아왔을 때는

"난 사실 요즘 정말 행복해. 남편이 곧 은행장이 되거든."

이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노라.

조금 뒤에 자신의 말을 후회하긴 하지만.


"엄마! 노라는 진짜 눈치가 없는 것 같아요."


아이가 가장 마음에 안 들었다고 말하는 부분은 마지막.

"애들은 무슨 죄에요? 인사도 안 하고 가다니! 인사하고 가면 슬플 것 같다고 그냥 가는데. 애들이 학교 갔다가 집에 왔는데 엄마가 없으면 그게 더 슬픈 거 아니에요?"


노라의 저 새침한 표정이 너무 귀엽다 / 결국 떠나는 노라


결국, 우리는 <인형의 집>이 시사하는 바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아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나 역시 많은 의문이 들었다.



어린이용이라 그런 걸까?

내용이 너무 많이 축약되어서?

그것도 아니라면 저 시대를 잘 몰라서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걸까?

여러 가지 궁금증이 들었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싶기도 하고.



근데 나는 왜 노라처럼 살고 싶지?

노라가 부러운데?

내가 비정상인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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