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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위해 쓰는 글

by 차분한 초록색

주위에서 웹소설을 써보라는 얘기를 몇 번인가 들었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별 관심이 없었다.

읽어본 적도 없었고. 매일 사오천 자 이상의 글을 쓸 자신도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고.

어느 날 갑자기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를 습득하고, 웹소설 관련 작법서를 읽어보고, 다른 사람이 쓴 글도 읽어보면서 또 시간을 보냈다.


20화 정도는 쓰고 나서 시작하는 게 좋다던데.

20화는커녕 한 편도 쓸 수 없었다.


진짜 막막한 기분.


에라 모르겠다. 일단 올리자.

그렇게 실시간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비축분, 그런 거 없다.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러다 문득, 나 혼자 벽을 보고 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좌절감이 몰려왔다.

이걸 계속 쓰는 게 맞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바로 그때.

항상 같은 시간대에 읽고 별점을 눌러주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내가 글을 올리는 시간, 그녀(아마도)가 읽는 시간이 거의 비슷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그 한 사람을 위해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이야기는 이제 중반을 넘어섰고, 한 사람 한 사람 나의 글을 읽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갔다.


지금 나는, 맨 처음 그 한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

별점이고 뭐고 아무도 누른 흔적 없는 도화지 같은 글에 처음으로 용기 내어 별점을 주고 관심을 눌러 준 그 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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