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 있는 두 개의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는 어찌어찌 잃어버렸던 길을 찾아 더듬거리며 내려오고 있었는데.
또다시 막다른 길목에 들어섰다.
두 번째 이야기는 처음부터 이 길이 맞나? 고개를 갸웃 거리며 걸었는데 역시나 길을 잃고 말았다.
고지식한 성격 탓일까.
이미 시작한 이야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내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를 위해 계속 쓰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하나도 버거운데 두 개가 되었다.
낮에는 이 얘기를 생각하고
밤에는 저 얘기를 생각하면서
생활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학원비 미납 문자가 두 개나 날아왔고
신문구독료는 연체되었다.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 없이 혼자 자게 되었다.
뭐 대단한 걸 쓴다고 이 지경이 되었나 싶은 자괴감이 몰려왔다.
그러면서도 또 머릿속에서는 주인공이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 생각했다.
멋있게 싸우는 장면을 써야 하는데 꽉 막혔다.
영화 <아저씨>의 대본을 찾아 읽었다.
마지막 부분의 액션씬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고이 저장해 뒀던 대본이었다.
읽으면서 새삼 또 감탄했다.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게 이런 거겠지.
분노와 의심은 어떻게 표현할까.
드라마 <괴물>의 대본집을 꺼냈다.
흠. 이런 때에는 이런 표정을 짓고, 이렇게 묘사하는구나.
디테일한 장면과 인물 심리 묘사에 감탄하며 읽었다.
로맨스 소설을 쓰면서 괴물과 아저씨의 대본을 읽고 있는 나.
그런데 또 묘하게도
대본을 읽고 있으면 로맨스 소설 속 주인공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 고합니다.
당신들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저는 그냥 제 손가락을 빌려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