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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CHRISTMAS

by 차분한 초록색

2003년도 12월호 잡지 표지에 쓰여 있는 PERFECT CHRISTMAS.

어떤 게 퍼펙트한 걸까. 잠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크리스마스는 언제부터 즐겁고 행복한 휴일이 된 걸까.

11월이 되면 내 키보다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낸다.

캐럴을 즐겨 듣게 되고, 벽에는 크리스마스 가랜드가 달린다.

집 안 여기저기에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소품들이 등장한다.

포인세티아는 해마다 시들어 버려지는 게 마음에 걸려 몇 년 전부터는 그냥 조화를 사용한다.

일 년 내내 커튼에 달려있는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집게와 책장에 서 있는 작은 산타 인형이 이제야 제철을 맞은 듯 조화롭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었다.

영화나 책에서 보듯 따뜻한 집안에 오손도손 모여 앉아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잔잔한 캐럴이 흐르고, 커다랗고 반짝이는 트리가 있는 곳.

선물을 풀어보며 즐겁게 보내는 시간들.

크리스마스에 대한 나의 로망이다.


11월부터 꺼낸 트리는 봄이 될 때까지 거실을 지킨다.

트리의 전구는 몇 개월 동안 꺼지지 않고 이십사 시간 반짝거린다.

금세 어두워지는 겨울. 반짝이는 트리는 깜깜한 집을 지켜준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즐거웠던 추억은 딱히 없다.

나는 북적 거리는 크리스마스의 거리가 싫었다.

시끌벅적 웃고 떠들고 마시는 그런 크리스마스는 나와 맞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조용하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었다.

크리스마스의 나는 그 어디에도 섞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나의 크리스마스는 해마다 행복하다.

아이가 직접 꾸민 커다란 트리와 집안 곳곳에 붙어 있는 그림들.

그런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책장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를 꺼낸다.

피아노 위에는 악보대신 하루키의 책을 올려둔다.



한 번도 산타를 믿어본 적 없는 나는 아직도 산타를 믿는 아이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

우리는 해마다 산타를 위한 쿠키를 만들어 트리 밑에 놓아둔다.

아침에 일어나면 쿠키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이를 위한 선물이 놓여있다.

산타의 선물에 아이는 매번 감탄한다.

산타는 믿는 사람에게만 오는 거야.


나에게도 산타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함께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눈이 내리지 않아도 내 마음속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이제 나는 나의 로망대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안온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산타를 위한 쿠키를 굽고 선물을 준비한다.

촌스럽지만 따뜻한 트리를 꾸민다.

집 안 곳곳 아이가 손수 만든 장식들을 올려둔다.

양 사나이가 피아노 위에 서 있다.

온기가 감도는 집안에는 잔잔한 캐럴이 흐른다.

완벽한 크리스마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퍼펙트 크리스마스다.


그곳이 어디든 가족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는 완벽하다.

우리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퍼펙트 크리스마스니까.

어렸을 때의 크리스마스가 행복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커서 언젠가는 친구들과 또 자신의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 때가 오겠지.

그건 그거대로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해마다 11월이 되면 키 큰 트리를 꺼내고, 우리가 좋아하는 걸 장식할 거야.

산타를 위한 쿠키를 만들고 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 둘 거야.

우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예쁜 옷을 입을 거야.

12월호 잡지를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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