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쇼핑과 불편한 마음
쇼핑을 하러 밖에 나가는 건 귀찮은 일이다.
요즘 같이 추운 날씨라면 더욱더 그렇다.
이런 때에 온라인 쇼핑은 얼마나 편리한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편안하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쇼핑을 할 수 있다.
나 같은 성격의 사람에게 온라인 쇼핑은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었다.
옷을 사러 가면 점원의 응대가 부담스러웠고, 옷을 입어보는 건 귀찮기만 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옷들은 질이 조금 떨어져도 사이즈가 조금 맞지 않아도 대충 입는다.
내가 직접 가서 입어보는 수고로움과 어색함을 면하게 해 준 대가니까.
나의 성향은 온라인 쇼핑에 최적화되어 있나 보다.
장보기는 또 어떠한가.
자기 전에 아이가 아침에 먹고 싶다고 말한 것을 바로 다음 날 해줄 수 있다.
너무나 편리하고 즉각적이다.
그리고 그 편리함 뒤에는 잔뜩 쌓여가는 쓰레기들이 있다.
둘둘 말린 비닐이며 종이, 제품을 나눠 담은 각각의 상자들이 베란다에 쌓여간다.
내가 매일 생산해 내는 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
단 하루라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걸까.
불가능한 일이겠지.
나는 얼마나 많이 더럽히고 신세를 지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베란다의 분리수거 상자가 쓰레기로 쌓여갈 때마다 나의 마음은 무거워진다.
그러면서도 매일 온라인 쇼핑몰을 기웃거린다.
따뜻한 집 안에서 편안하게 누워 손가락의 움직임만으로 장보기를 마친다.
다음날이면 집 앞에 내가 원하던 것들이 와 있다.
일말의 양심은 남아 있는 걸까.
쌓여가는 쓰레기를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나름의 대책을 세워본다.
내가 자주 다니는 길에 자주 들르는 가게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산다.
이 가게에서는 치즈를 사야지. 여기서 파는 치즈를 좋아하니까.
고기는 여기 정육점에서 사야지. 이 집 고기가 맛있으니까.
과일은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아파트 장에서 사야지.
무거워도 집 앞이라 괜찮아.
뭐 대충 이런 식으로 말이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손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쇼핑을 아예 끊을 수는 없다.
급하게 뭔가가 필요하면 금방 의지하게 되고 만다.
대체 예전에는 필요한 물건들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샀던 걸까.
그때는 지금처럼 필요한 물건들이 많이 없었던 걸까.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수고로움과 기다림이 필요했던 시절이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편리함이 필요했다.
지금은, 조금은 그때와 같은 수고와 기다림이 필요한 건 아닐까.
집 안에서 편하게 원하는 것을 바로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지만,
나는 늘 시간에 쫓기고 매일 필요한 물건들을 찾아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닌다.
새벽이면 문 앞에 잔뜩 쌓여있는 상자더미에 놀라고, 내가 만든 쓰레기들에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대량의 쓰레기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
지금 나에게는 조금의 수고로움과 기다림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마치 산책을 나가듯 장을 보러 밖으로 나가봐야겠다.
쓰레기는 줄어들고 내 마음도 가벼워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