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베 니시무라 커피 기타노자카
2024년 12월 28일 토요일
고베 키타노에 있는 니시무라 커피점 기타노자카점을 찾아갔다.
우연히 알게 된 고베의 유서 깊은 카페였다.
지척에는 그 유명한 스타벅스 키타노이진칸점이 있었다.
여러 군데 있는 니시무라 커피점 중에서 굳이 키타노자카 지점을 찾은 이유에는 스벅 키타노이진칸점이 근처라는 것도 이유였지만, 그보다는 다른 지점보다 뭔가 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점심때 즈음 도착했을 때. 아주 좁은 공간에 벌써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카페니까 쉽사리 자리가 나지 않을 것 같아 잠시 고민하다가 기다리기로 했다.
아주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혼자 들어오셨다.
남편이 자리를 양보했다.
할머니가 연신 고맙다며 자리에 앉으셨다.
할머니의 빨간 체크무늬 스커트가 눈에 들어왔다.
얼핏 봐도 80대임이 분명한 할머니는 이상하게도 곱고 소녀 같은 구석이 있어 보였다.
생각보다 금세 자리가 났다.
우리와 비슷하게 할머니의 자리도 났다.
우리는 함께 들어가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할머니는 혼자 커피와 케이크를 시켜 드셨다.
창가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케이크를 조심스레 잘라 드시던 할머니의 뒷모습을 나는 힐긋, 훔쳐봤다.
예전에는 누군가와 함께 오던 곳이었겠지.
종종 혼자서도 오셨을까.
주말에 혼자 이렇게 사람 많은 곳을 온 이유는 뭘까.
오늘이 무슨 추억할 만한 날이기라도 한 걸까.
이곳에 어떤 추억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정말 이곳이 좋아서 오신 걸까.
니시무라 카페 기타노자카점은 원래 회원제 카페여서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회원들만 들어올 수 있는 사교클럽 같은 거라고 하던데...
혹시 그 당시 회원이셨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도 커피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었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 난 할머니가 다시 한번 우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나가셨다.
할머니의 빨간 체크무늬 스커트가 또 눈에 들어왔다.
나도 빨간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고 고베에 올 걸 그랬다고 남편에게 투덜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는 80대가 되어도 빨간 체크무늬 스커트를 입고 혼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