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질 수 없는 너

조조는 왜...

by 차분한 초록색

관우를 향한 조조의 마음은 대체 뭘까.

그를 붙잡기 위한 조조의 노력이 마치 짝사랑을 하는 사람 같아 보여 슬몃 웃음이 났다.


어쩌면 관우가 그의 아래 들어가 충성을 맹세했다면 그 정도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조에게 있어서 관우는 <가질 수 없는 너>인가.


가질 수 없기에 더욱 애달픈...



온갖 선물 공세를 퍼부으며 환심을 사려고 하지만 꿈쩍하지 않는 관우에게 적토마를 내어주는 조조.


그런데 적토마를 받은 관우는 뭐라고 했던가.


기쁨을 감추지 않으며 한다는 말이, 하루에 천리를 가는 말이니 유비를 만나러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다고?


아...

내 마음은 조조에게 이입되어 울컥했다.



관우의 마음을 얻는 것에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는 조조.


기껏 데리고 온 관우가 떠날까 봐 공을 세울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하질 않나.

(이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버릴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관우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주기까지.



... 어떻게 들으면 오만스럽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사람에게 반한다는 게 원래 그러한지 조조에게는 조금도 역겹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관우의 호기에 어떤 믿음까지 가지며 그 자리에서 출전을 허락했다.

-삼국지 4권 p.99중에서-



아이에게 조조와 관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깜짝 놀라며 되묻는다.



네? 둘이 뭐, 무슨 사이라도 돼요?

남자가 왜 남자를 좋아해요?


몰라. 근데 조조 너무 짠하지 않니?

치! 관우 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말한다.


삼국지를 그렇게 해석하면서 읽는 사람은 처음이네.



그러게. 오래전, 처음 읽었을 때는 별생각 없이 봤던 것 같은데...

요즘 로맨스 소설을 쓰다 보니 모든 게 다 로맨스로 해석이 되는 걸까.




책에는 이러한 조조의 마음에 대한 해석이 실려 있다.




관우에 대한 조조의 그 같은 믿음과 애정에 대해서는 몇 가지 상반된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조조를 나쁜 쪽으로만 몰아가는 쪽은 그 또한 관우를 얻기 위한 계략과 술수의 측면으로 몰아갈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조조가 거기서 무릅써야 할 위험의 크기를 헤아린 쪽은 그 결정이 조조의 넓은 도량과 대담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 같은 결정 뒤에 숨은 조조의 내면 동기이다.

젊은 날의 때묻지 않은 이상, 충성과 의리에 대한 티없는 열정이 이미 그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냉혹한 투쟁의 현장에 던져진 그때까지도 조조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미욱하리 만큼 그 이상과 열정에 매달려 있는 관우를 보자 그토록 앞뒤 없는 믿음과 애정으로 되살아난 것임에 틀림 없었다.


-삼국지 4권 p.64/65 중에서-



나는 위의 해석을 읽고 또 한 번 속으로 탄식했다.



하! 이게 뭐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세상을 살아가는 남자주인공이 티없이 밝고 순수한 여자주인공을 만나사랑에 빠지는 러브 스토리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아무래도 지금 내 머릿속이 온통 핑크색 꽃밭인가 보다.





<이미미 출처-나무위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