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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무드

by 차분한 초록색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엄마가 있다.

이 엄마는 방송작가를 지망하는 작가 지망생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 글 쓰기가 힘들어졌다.

매일 육아에 시달리면서 글을 쓰려니 좀처럼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아이는 점점 더 방치되기 시작하고, 엄마는 육아는 육아대로 글은 글대로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화살은 아이에게로 돌아가고, 엄마는 생각한다.


너만 아니었으면...


시간이 흘러 아이는 자랐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더 늦기 전에 상담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엄마는 받아 들일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오히려 피해자는 난데...


너만 아니었으면...




위의 얘기는 오래전 내가 읽었던 여러 육아서들 중 어느 한 책에서 본 일화다.

읽은 지 십 년도 더 지나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대략의 스토리가 그렇다.


나 역시 임신 전, 방송작가교육원을 다녔었고 한때는 방송작가를 꿈꾸던 지망생이었다.

(여전히 지망생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때 저 내용을 읽으면서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에피소드의 내용과 결말이 100% 정확한지 자신은 없지만 그걸 읽었을 때의 내 생각은 정확히 기억한다.


나는 그때 비웃었다.


뭐 대단한 걸 쓰겠다고 자기 애를 방치하고 저 지경을 만들지?




"엄마의 무드가 이상한데?"


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내 눈치를 본다.


나는 그때 식탁에 턱을 괴고 앉아 내가 쓰는 소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좀처럼 다음 이야기가 풀리지를 않아 답답했다.


"엄마가 오늘따라 가라앉은 느낌이 드는데..."


아이가 말하는데, 나는 웃음이 나질 않았다.


"내가 안아줄게요."


아이가 다가온다.


나는 그냥 혼자 있고 싶은데...


아이가 다가왔다.


"안아줄게요."


나를 꼭 안아준다.



나는 오래전, 내가 비웃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는 요즘 들어 종종 그 이야기를 떠올린다.


뭐 대단한 걸 쓰겠다고 애가 내 눈치나 보게 만드는 거지?


스스로를 비웃는다.


종알대는 아이를 보다가 웃었다.


"내가 엄마를 웃겼다!"


아이가 웃는다.


나는 또 자조하면서 자리에 가 앉는다.




<이미지 출처- MyBoy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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