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를 꿈꾸는 모험가
나는 지금까지 내 MBTI가 INTJ라고 알고 있었다.
할 때마다 늘 INTJ가 나왔으니까.
어느 날부턴가, 아이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 의심의 시작은 여행을 계획하면서부터였다.
"엄마, 여행 계획 세웠어요?"
"기다려 봐. 엄마 완전 파워 J인 거 알지?"
"흐음..."
여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엄마, 계획은요?"
"아직. 가기 전에 하면 돼. 엄마, 파워 J야! 알지?"
하지만 결국, 나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비행기를 탔다.
"아무리 봐도 엄마는 J가 아닌 거 같은데... 엄마, 잘 못 나온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몇 번을 해도 똑같이 나왔는걸."
남편도 슬슬 의심하기 시작했다.
"테스트할 때, 자기가 원하는 걸 체크한 거 아니야?"
"그럼 같이 해봐."
우리는 설날 스타벅스에 앉아 MBTI 테스트를 했다.
나 : 내가 이렇다고?
남편 : 응. 자기 그래. 그렇지?
아이 : 응. 엄마 그래요.
나 : 그래?
테스트 결과는 (I만 빼고) 모든 게 정반대인 ISFP가 나왔다.
"이럴 줄 알았어."
두 명의 E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몇 년 만에 내 진짜 MBTI를 찾았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알았다.
주말만 되면 왜 이상하게 힘이 드는지.
E와 함께 있으면 쉽게 지쳐버린다는 ISFP.
두 명의 아주 강력한 E가 나를 보고 있다.
이제 그만 인정하시지.
그래, 인정.
나는 사실 전략가(INTJ)가 되고 싶은 모험가(ISFP)였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