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대하여>
한때는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 걸 정말 좋아했었다.
죽이 잘 맞는 친구와 주말마다 영화를 보기도 했고, 하루종일 극장에서 연달아 영화를 몇 편씩 보기도 했다.
혼자 조조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꽤 신나는 일이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혼자 슬렁슬렁 걸어가서 영화 한 편을 보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깜깜한 극장 안에서 보는 공포 영화는 그 자체로 스릴이었다.
코로나 이후 몇 년간 그런 즐거움은 잊고 지냈다.
마지막으로 혼자 조조영화를 본 건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었고, 그 영화가 동네 극장에서 내가 본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아이와 둘이서 함께 했던 극장이 오늘 오전을 마지막으로 이제 영영 문을 닫는다고 한다.
새해 첫날.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카페에 앉아 숙제를 하고 책을 읽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을 읽다가 <영화관에 대하여>라는 글을 보고 문득, 오늘 사라지게 될 극장이 떠올랐다.
마침 우리는 집에서 나와 카페로 걸어가는 길에 그 극장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만약 <영화관에 대하여>라는 글을 읽지 않았다면 걸어오는 길에 나눴던 얘기는 까맣게 잊고, 우리의 추억이 담긴 극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무심코 지나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한해의 마지막과 시작을 하루키 씨의 글과 함께 하게 되었다.
무심코 지나쳐 버렸을지도 모를 일을 잊지 않고 돌아보게 해 줘서 고마워요 무라카미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