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뭐 하나는 해야지
슬슬 소설의 결말이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이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여자 주인공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마음먹고 써나갔다.
악당들은 남자 주인공이 전부 처리해 주었으니, 걸리적거릴 일은 없다.
여주는 그냥 가만히 있는 거야.
남주가 알아서 다 처리해.
여주는 그냥 예쁘고 착하고 나쁜 짓은 하나도 못하는 순진무구한 사람이니까. 후훗
험하고 거친 일은 남주가 다 하는 거야.
... 이건 그냥 판타지다.
하지만 그걸 쓰는 나는 즐거웠다.
이제 둘이 그냥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묘하게 남은 이 찝찝함은 뭘까.
그래, 뭐 남주가 다 해주고 내 손엔 피 한 방울 안 묻혔지만.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여주도 폭발해줘야 하지 않았을까.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싸대기 한 대 정도는 날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미안하지만 너 잠깐 한 번만 다시 나와라.
마지막으로 여주한테 한 번만 더 집적거리면서 악랄하게 굴어 봐.
난 이제 무대 뒤로 내려간 악역하나를 소환했다.
만나자.
그래, 만나.
또 뭔 일을 당하려고 거길 혼자 가?
얼른 남주한테 연락해!!
후훗, 우리의 여주는 이제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나는 여주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쥐어짜 내고 있다.
이제 와서 갑자기 능동적으로 뭔가를 해결해 보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뭐 하나는 하고 퇴장해야 하지 않을까.
깜빡깜빡
하얀색 종이 위에 커서가 깜빡인다.
(흐음... 하지만 최종 뒤처리는... 남주가 하는 걸로... 쿨럭...)
결국은 도돌이표다.
그래도 그냥 끝내는 것보다는 낫겠지?
<이미지 출처-픽사베이>